이틀 동안 굶다가 자신이 일했던 정육점에서 고기를 훔쳐 달아나던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노원구의 한 정육점에 몰래 들어가 오리고기 3만5000원어치를 훔친 혐의(야간건조물침입 절도)로 김모(24)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김씨는 이날 오전 3시쯤 창문으로 정육점에 들어가 오리고기 4팩을 가지고 나왔다. 정육점에는 무인경비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었다. 보안업체가 즉시 신고해 경찰이 출동했다. 김씨는 도망치다 넘어져 체포됐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집에 먹을 것이 없어 굶다가 지난해 1년 동안 일했던 정육점에 창문이 항상 열려 있던 게 생각나 찾아 들어갔다”며 “겨우 오리고기 때문에 여기서 뭐하는 건가 하는 자책감이 든다”고 진술했다. 이틀째 굶은 김씨가 조사를 받던 도중 “배고프다”고 하자 경찰이 컵라면을 끓여주기도 했다.
김씨의 호주머니에는 650원이 있었다. 휴대전화는 4개월째 정지된 상태였다. 반지하방 월세도 석 달째 밀려 있었다. 가정불화로 부모님과 연을 끊은 김씨는 17살이던 2010년부터 혼자 나와 막노동과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왔다.
오리고기를 훔치러 간 정육점은 김씨가 지난해 11월까지 1년간 일한 곳이었다. 7년 동안 쉬지 않고 일한 탓에 심신이 지쳤고 우울증 증세까지 보여 일을 쉬었다. 그동안 모은 300여만원은 넉달만에 바닥이 났다. 근근이 끼니를 잇다 그마저 어려워 며칠을 굶던 끝에 정육점 고기를 훔치러 갔다. 체중이 10㎏이나 빠져 좁은 창문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경찰은 정육점 주인과 무인경비업체를 불러 자세한 내용을 조사할 계획이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