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초미세먼지 지표가 세계 136개국 중 130위를 기록해 가장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치는 세계경제포럼(WEF) 관광경쟁력 평가를 통해 공개됐다. 한국의 관광경쟁력은 136개국 중 19위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7년 WEF 관광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의 종합순위가 2015년보다 10단계 상승한 19위를 기록했다고 11일 밝혔다. WEF는 2007년부터 격년으로 각국의 여행·관광 경쟁력을 4대 분야, 14개 항목, 90개 세부지표로 구분해 평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관광경쟁력은 2007년 42위, 2011년에는 32위, 2013년에는 25위, 2015년 29위를 각각 기록했다. 이번 평가에서 세부지표 중 초미세먼지 농도는 최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초미세먼지 지표는 올해 130위로 2015년의 134위보다는 올랐지만 총 90개 지표 중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국가별로는 스페인, 프랑스, 독일이 2015년과 마찬가지로 각각 1, 2, 3위를 차지했다. 일본은 9위에서 4위로 5단계, 중국은 17위에서 15위로 2단계 각각 상승했다.
정부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대책을 내놨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면 차량 2부제를 실시한다고 했으나 아직 시행 요건이나 대상을 확정하지 못했다. 화석연료가 문제라면서도 석탄화력발전소는 추가로 짓기로 하는 등 우왕좌왕하고 있다. 또 한반도 미세먼지는 60∼80%가 중국발(發)이라면서도 과학적으로 입증되진 않아 “중국에 항의하기 어렵다”는 모호한 입장이다.
환경부는 지난 5일부터 ‘초미세먼지 저감 조치’ 발령 요건을 완화했다. 새 기준은 초미세먼지(PM 2.5) 농도가 ㎥당 50㎍을 넘고, 다음 날까지 나쁨 수준(50㎍) 이상으로 예보될 때다. 공공기관에선 차량 2부제, 공공 사업장·공사장에선 조업을 단축한다. 지난 2월 발표된 기준은 0시∼오후 4시 수도권 평균 농도 50㎍ 이상, 다음 날 3시간 이상 초미세먼지 ‘매우 나쁨’(100㎍ 초과) 예보 등이었다. 요건이 까다로워 미세먼지 피해가 급증하는데 단 한 차례도 시행되지 않자 두 달도 안 돼 저감조치 발령 기준에 손을 댔다.
당초 공공부문에만 한정하려 했던 차량 2부제를 최근에는 민간부문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미세먼지 발생 주범으로 석탄화력발전소를 지목하고도 앞으로 20여기를 증설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중국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에는 사실상 손을 놓은 상황이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미세먼지는 환경부 홀로 대응하기 어렵다. 화석연료 위주의 에너지 정책부터 전환해야 하고 중국과 외교적 협력이 필요한 난제”라며 “대통령이 중심이 돼 다뤄야 할 사안인데 대권 주자들조차 추상적인 얘기만 늘어놓고 있다”고 꼬집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