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버킷리스트, 시진핑의 쇼핑리스트

입력 2017-04-10 21:23
트럼프 vs. 시진핑

G2(미국·중국)가 지난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 무역전쟁을 피하기 위한 실질적인 절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양국 간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선물을 내놓을 예정이고, 중국도 내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답례품을 받아낼 태세다. 트럼프의 ‘버킷 리스트(소원 목록)’와 시진핑의 ‘쇼핑 리스트(구매 목록)’가 절충된 셈이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G2 양국 정상은 첫 정상회담에서 ‘100일간의 무역협상’을 진행키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미국 기업에 대한 자국 내 금융부문 투자 제한 조치를 완화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 조치도 해제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내놓을 전망이다.

  지금까지 중국 당국은 외국 자본이 자국 증권사나 보험사의 지배 지분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틀어막아 왔는데, 중국 금융업계 진출을 원했던 미국에게 이 완고한 빗장을 여는 것은 오랜 숙원이기도 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부터 중국 금융기업의 지배 지분을 외국자본이 인수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 달라고 요청해왔고, 중국도 미국과 양자투자협정(BIT) 체결 협상을 벌이며 규제 완화를 검토해 왔다.

  협상에 참가했던 중국 정부 관계자는 FT에 “중국은 (투자 상한선 인상) 방안을 BIT 협상에서 준비해왔지만, 협상이 미국 대선 이후 보류됐다”면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더 집권했으면 이미 협상이 타결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전향적 태도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15년 동안 중신(中信·CITIC) 증권이나 중국생명보험(中國人壽·차이나라이프)과 같은 대규모 금융사들이 ‘매머드급’ 규모로 성장한 자신감의 표출이란 분석도 나온다. 향후 외국 회사들이 새롭게 중국 금융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중국 토종 금융사들이 이들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만큼 덩치를 키웠다는 의미다.

  중국은 나아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조치도 14년 만에 해제할 전망이다. 중국은 광우병(소해면상뇌증·BSE) 파동 이후 지난 2003년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금지해왔다. 중국 당국은 이밖에도 미국산 곡물을 비롯한 농산물 수입도 늘리겠다는 의향까지 내비치고 있다.

  중국 무역 당국자들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발생한 막대한 흑자로 인한 양국 간 무역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전향적인 조치들을 취할 수 있단 입장을 밝혔다. 중국의 대미무역 흑자는 지난해 기준 연간 3470억 달러(약 396조 4470억 원) 규모다.

  한편 중국은 미국에서 중국 투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우선적으로 요구하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으로 흘러든 ‘차이나 머니’에 대한 보장은 중국이 줄곧 미국에 요청해 온 사항으로 미국 내 중국인 투자는 지난해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한 450억 달러(약 51조 4100억 원)에 육박했다. 중국산 첨단기기 제품에 대한 미국 내 판매 규제 완화와 일부 고급제품의 중국 내 판매 제한 철회도 전면적으로 공론화될 계획이다.

  하지만 무역 전문가들은 이런 해결방식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채드 바운 수석 연구원은 FT에 “양국의 노력으로 미국의 무역 적자가 단기적으로는 감소할 수 있다”면서도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트럼프도 지난 8일 자신의 트위터에 “(양국 정상 간) 호의와 우정이 형성됐지만, 오직 시간만이 무역 문제에 대해 말해줄 것(goodwill and friendship was formed, but only time will tell on trade)”이란 글을 올리며 양국 간 무역 불균형이 실제로 시정될지 지켜봐야 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양국 정상이 합의한 ‘100일 협상’도 아직까진 시행시기와 단계별 로드맵 등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