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폭행' 온몸으로 막은 '낙성대 의인'의 눈물

입력 2017-04-10 16:36

지난 7일 서울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 출구에서 ‘묻지마 폭행’을 당하는 여성을 구하다 큰 부상을 입은 40대 남성이 병원비를 혼자 감당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낙성대 의인’으로 불리는 곽경배씨는 이날 역 개찰구를 나오다 “도와주세요”라는 여성의 절규를 듣고 사건 현장으로 다가갔다. 여성은 노숙자 김모씨에게 묻지마 폭행을 당하고 있었다.

이에 곽씨는 폭행을 막아섰지만 노숙자 김씨가 휘두른 칼에 오른쪼 팔뚝을 찔리고 말았다. 주변에 있던 시민들과 합세해 노숙자를 경찰에 넘겼지만 곽씨는 큰 부상을 입었다.

10일 조선일보는 ‘낙성대 의인’ 곽씨 소식을 전하며 그가 처한 딱한 사정을 전했다. 노숙자에게 팔뚝을 찔린 곽 씨는 오른팔 동맥과 오른손으로 이어진 신경 6개가 절단되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병원에서 7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았지만 오른쪽 손가락 4개가 모두 감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은 회복까지 2년에 걸쳐 재활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심각한 부상과 후유증도 문제지만 병원 치료비 한 푼 받을 수 없는 처지에 몰렸다. 피의자인 노숙자가 가족이 없어 보상 받을 방법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범죄 위험에 처한 이를 구하다 부상을 입게 되면 의상자로 지정된다. 곽씨의 경우도 범죄피해자보호법에 따라 치료비를 국가에서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의상자로 지정되려면 각종 심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제 지원까지 길게는 수개월이 걸린다. 우선 자비로 치료한 뒤 국가에 후불로 청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낙성대 의인’의 딱한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정부의 신속한 심의를 촉구했다. 이들은 “남을 구하다 다친 의인을 나라가 외면하면 누가 남을 돕겠나”며 한목소리를 냈다.

곽씨는 “나는 정의의 사도도 아니고 그냥 더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일반 시민으로서 대응했을 뿐"이라며 "함께 도와준 주위 시민들과 학생들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관악경찰서는 묻지마 폭행을 가한 노숙자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지난 8일 신청했다. 또 어려움에 처한 곽씨를 도울 방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