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로 가다 한국행으로 선회한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CVN-70)는 태평양사령부 3함대 소속이다. 미국이 보유한 10척의 니미츠급(만재 배수량 10만t) 항공모함 중 3번째인 1982년 3월 취역해 서태평양을 활보하고 있다.
‘떠다니는 전투기지’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전력은 막강하다. 중소국가의 공군력을 뛰어 넘는 항공기를 탑재하고 있다. FA-18 슈퍼호넷 전투기, E-2C 호크아이 조기경보기,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 MH-60S 시호크 해상작전헬기 등 80여대의 항공기를 선적했다. 선체에는 3차원 항공 탐색 레이더, 항공 교통 관제 레이더, 착륙 지원 레이더 등 최신형 레이더 시스템이 탑재됐다.
길이 333m, 폭 77m으로 축구장 3배 크기다. 만재 배수량 규모는 9만3400t이다. 추진 동력은 웨스팅하우스 A4W 원자로 2기와 증기터빈 4기다. 연료를 한 번 교체하면 25년 동안 운항할 수 있다. 26만shp 축마력으로 최고 시속은 56㎞다. 승조원 수 5500여명으로, 선체 안에서 병원이나 우체국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식량은 6000명 기준으로 90일분을 비축한다. 하나의 작은 도시와 맞먹는 초대형 항공모함이다.
칼빈슨호의 항로는 대부분 동아시아 안보상황에 따라 결정되지만 특수작전을 위해 중동 해역까지 진출한 적도 있었다. 칼빈슨호는 2001년 9·11테러 이후 중동에서 진행된 대테러전 ‘항구적 자유’와 ‘이라크 자유’ 작전에 참가했다. 2011년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에 사살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의 시신을 아라비아해에 수장한 선박이 바로 칼빈슨호였다. 칼빈슨호의 한반도행이 북한 지도부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칼빈슨호는 한·미 연합 키리졸브·독수리 훈련을 마치고 싱가포르에 정박했던 지난 9일 호주행 항로를 수정하고 한반도 인근 해역으로 방향을 틀었다. 데이비드 베넘 미 태평양사령부 대변인은 “무모하고 무책임하며 불안정하게 미사일을 실험하고 핵무기를 개발하는 북한은 이 지역(동아시아)에서 가장 큰 위협”이라며 칼빈슨호의 한반도 재배치 배경을 설명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1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칼빈슨호 한반도 인근 해역 재배치에 대해 “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도발 가능성이 높아진 점을 감안해 이뤄지는 만반의 대비태세 차원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