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슨호가 몰고온 루머…‘4월27일 전쟁설’ 확산

입력 2017-04-10 15:45
SNS에서 확산 중인 '4월27일 전쟁설' 웹페이지 모습. 사이트 캡처


여러 전장에서 선제공격 또는 참수작전에 주로 동원됐던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한반도로 기수를 돌렸다.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모든 옵션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며 칼빈슨호의 한반도행도 그 일환임을 밝혔다.

이런 상황에 맞춰 국내에서 SNS를 중심으로 ‘북폭설(북한 폭격설)’ ‘전쟁 임박설’이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북한 폭격 D-데이로 ‘4월27일’이 유력하다는 날짜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근거 없는 전쟁설에 불안감만 높아진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김운기(65·가명)씨는 지난 8일 카카오톡으로 날아온 웹페이지 URL을 두 자녀와 친척들에게 재발송했다. 사실이라면 중대한 문제여서 알고 있으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그가 받은 웹페이지에는 ‘중국 북폭 묵인, 북폭 임박. 북폭 시나리오 4월27일 실행가능설. 수십만 희생설’이란 제목이 붙어 있었다.

이 글은 일본과 미국 언론의 여러 보도를 어지럽게 인용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묵인 아래 조만간 북한 핵시설 폭격을 단행할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4월27일’로 날짜를 언급한 건 그 날이 그믐이란 이유였다. 4월 중 기습적인 스텔스 폭격에 가장 용이한 날이 27일이며,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선출되기 전이어서 ‘우방의 반대’에 부닥칠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씨는 “이 글을 받아본 친지들로부터 ‘은행에 가서 돈이라도 좀 찾아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내용이 구체적인 듯 보이니 더 불안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떠다니는 군사기지'라 불리는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

이런 식의 ‘북폭설’ ‘전쟁설’은 칼빈슨호 한반도행, 북핵 성과 없는 미·중 정상회담, 트럼프 대통령과 미 정부 관료들의 강경 발언 등과 맞물려 증폭되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지난 7일(현지시간) 미·중 정상회담 언론브리핑을 통해 “중국이 우리와 협력할 수 없다면 우리만의 독자적인 계획을 세우고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미국은 최근 토마호크 미사일을 동원해 시리아를 맹폭하며 ‘김정은 보란 듯’ 군사력을 과시했다. 미국의 대북 독자행동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리게 돼 전쟁설도 함께 확산되고 있다.

칼빈슨호는 지난달 한반도에 배치돼 한미연합훈련인 독수리훈련에 참가한데 이어 이달 4일 싱가포르에 입항했다. 원래 호주로 향할 예정이었으나 사령부의 갑작스런 명령에 선수를 북쪽으로 돌렸다. 매우 이례적이다. 로이터 통신은 칼빈슨호의 한반도행은 오는 15일 김일성 생일 105주년을 앞두고 북한이 6차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 태평양사령부는 또 괌 앤더슨 기지에 있던 고고도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RQ-4) 5대를 다음달부터 6개월 동안 일본 도쿄도 요코다 기지에 배치한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4월에 김일성 생일, 또 북한군 인민군 창건일 등 여러 가지 정치 일정이 있다는 점과 북한의 추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전략적 도발이 가능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도발에 대한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