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3분 전' 사퇴 홍준표…더 기막힌 블로그 사진

입력 2017-04-10 11:34 수정 2017-04-10 11:36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자신의 대선 출마는 가능하지만 공석이 되는 경남지사 보궐선거는 불가능한 시점인 9일 자정 무렵 도지사직에서 사퇴한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사퇴 1시간 뒤 홍 후보 공식 블로그에 '보궐선거 결과가 진짜 여론'이라는 주장이 올라와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서 보궐선거는 4월 12일 경북 상주 등지에서 열리는 선거를 말한다. 홍준표 후보 측은 '꼼수' 사퇴로 경남지사 보궐선거가 무산된 터에 '보궐선거 여론'의 중요성을 강조한 꼴이 됐다.

홍준표 후보가 지사직 사퇴 의사를 표명한 1시간 뒤인 10일 오전 1시쯤 공식 블로그(blog.naver.com/jphong803)에는 사진 여러 장을 담은 글 한 편이 올라왔다. 


'홍준표의 여론조사 불신론[팩트체크]'라는 제목으로 대선과 관련한 현재의 여론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글은 "홍준표 후보가 '좌파광풍시대의 여론조사는 믿을 수 없다"고 한 발언의 맞고 그름은 오는 수요일 재보궐선거 결과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마무리됐다.

그러나 홍준표 후보의 '꼼수 사퇴'로 경남지사 보궐선거가 무산된 터라 이런 주장을 담은 글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소셜미디어에는 "자신이 보궐선거를 막은 것이나 다름없는데 '보궐선거 결과가 민심'이라는 식의 주장을 펼칠 수 있느냐" "아전인수식 해석 아니냐" 등 성토가 이어졌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도 홍준표 후보의 꼼수 사퇴 시점을 비판했다. 

그는 1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악질적인, 전형적인 화이트컬러 범죄"라면서 "법률가가 자신의 지식을 악용한 대표적 사례"라고 비판했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보궐선거를 치르면 300억원을 낭비한다는 홍준표 후보의 말에 대해 "300억원이 정말 걱정됐다면 본인이 지사직을 그만두지 않았어야 한다. 출마하지 않았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그 재정을 부담하는 건 국민이고, 홍준표 후보의 꼼수 때문에 선거권을 박탈당하는 것도 국민"이라며 "국민이 판단할 문제를 왜 자신이 판단하는가"라고 꼬집었다.

홍준표 후보가 5년 전 보궐선거로 도지사에 당선됐다는 점을 언급하며 "자기는 그런 식으로 당선됐으면서 다른 사람의 그 기회를 박탈하는 것도 문제"이라고 했다.

홍준표 후보는 10일이 되기 3분 전 지사직 사퇴 의사 표명을 했다. 박동식 경남도의장은 10일 오전 0시 3분쯤 도의회 현관에 나와 "홍준표 지사가 보낸 사퇴통지서가 9일 오후 11시 57분에 전자우편으로, 58분에 인편으로 도의회에 도착했다"고 발표했다.


도지사직에서 사퇴함으로써 홍준표 후보의 대선 출마는 가능해졌다. 그러나 도의회 통보와 동시에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에 사퇴 통보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도지사 보궐선거는 무산됐다.

경남도민일보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에는 "누가 사임통지서를 들고 왔느냐" "11시 57분에 사퇴했다는 증거가 어디 있느냐" 등 질문이 쏟아졌지만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나는 박동식 의장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