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 시리즈의 8번째 작품에 해당하는 연극 ‘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들’이 영국 공연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올리비에상 9개 부문을 휩쓸었다. 앞서 뮤지컬 ‘마틸다’(2013)와 연극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2014)이 기록했던 올리비에상 7개 부문 수상을 깨는 역대 최다 기록이다.
9일(현지시간) 런던 로열 앨버트홀에서 열린 2017 올리비에상은 예상대로 ‘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들’의 잔치였다. ‘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들’은 연극 부문 작품상, 연출상(존 티파니), 남우주연상(제이미 파커), 남우 조연상(앤서니 보일), 여우조연상(노마 드메즈웨니), 음향상, 조명상, 의상상, 무대기술상 등 9개 부문을 차지했다.
1976년 설립된 올리비에상은 미국의 토니상과 함께 공연계에서 최고상으로 꼽힌다. 다만 토니상이 연극과 뮤지컬의 2개 부문으로 이뤄진 것과 달리 올리비에상은 연극, 뮤지컬, 무용, 오페라까지 통틀어 시상한다. 다만 연기 부문이 연극과 뮤지컬로 나누어 수상자를 선정하는 것과 달리 작품 제작 자체와 관련된 연출, 조명, 의상 등은 장르를 통틀어 시상한다.
‘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들’은 이미 이브닝 스탠다드 시어터 어워즈, 크리틱스 서클 어워즈, 왓츠온스테이지닷컴 어워즈 등 런던의 주요한 공연예술상을 휩쓴데다 뮤지컬 ‘헤어 스프레이’(2008)의 8개 부문 노미네이트 기록을 넘어 역대 최다인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며 일찌감치 적지 않은 상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 바 있다.
2편으로 이뤄진 ‘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들’은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7권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로부터 19년 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원작 소설가 J·K 롤링이 극작가인 존 쏜과 함께 연극 대본을 만들었고, 뮤지컬 ‘원스’와 연극 ‘렛미인’으로 국내에 친숙한 연출가 존 티파니가 연출을 맡았다. ‘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는 지난해 6월 연극이 시작된 후 희곡으로 발매됐다.
연출가 존 티파니는 “연극의 성공은 원작자인 롤링 덕분이다. 롤링은 연극에 참가한 우리 모두에게 영감을 준 위대한 작가”라고 소감을 밝혔다. 롤링은 이날 시상식에 오지 않았지만 대본을 공동으로 쓴 존 쏜을 통해 “연극은 내 인생에서 가장 재밌고 창의적인 작업이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지난해 헤르미온느로 캐스팅된 직후 흑인이라는 이유로 인종차별주의자의 공격을 받았던 노마 드메즈웨니는 이날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아프리카 스와질랜드 출신인 그는 “나는 엄마, 여동생과 함께 난민으로 영국에 왔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나는 난민 꼬마였다는 것”이라며 최근 브렉시트 이후 영국에서 높아지는 이민자 혐오를 에둘러 비판했다.
‘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들은’은 현재 런던 웨스트 엔드의 극장가에 있는 팰리스 시어터에서 오픈런으로 계속 공연 중이다. 2018년 봄 뉴욕 브로드웨이 진출도 확정된 상태다.
한편 여우주연상을 받은 빌리 파이퍼는 이번에 해리 포터 팀을 제치고 수상한 드문 경우다. 파이퍼가 연기한 연극 ‘에르마’는 리바이벌상도 수상했다. 이밖에 뮤지컬 부문 작품상 ‘그라운드혹 데이’, 리바이벌상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가 받았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