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치료에 활용되는 침이 뇌 구조를 변화한다는 사실이 최근 규명돼 눈길을 끌고 있다. 한의학연구원과 미국 하버드 의대 공동연구진이 손목터널증후군 환자 79명을 대상으로 침 치료를 한 뒤, 뇌 기능 및 구조 변화를 관찰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 관절의 인대가 손바닥, 손가락 방향으로 뻗은 정중신경을 압박해 통증과 손 저림, 감각저하, 부종감 등의 증상이 발생하는 질환을 말한다. 정중신경이 압박되면 신경의 전도속도가 느려지고, 통증이 생긴다. 심하면 신경 손상으로 진행돼 엄지 근육의 쇠약 및 위축이나 운동마비 증세까지 나타날 수 있다.
치료는 원칙적으로 신경을 압박하는 원인을 찾아 이를 제거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증상 완화 정도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이번 연구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침 치료 후 신경의 전달속도가 거의 회복된 것이 관찰됐고, 뇌 신경섬유 구조도 일부 변화시켜 통증 완화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세계적 신경학 권위지인 ‘브레인’ 온라인판에 게재된 이번 연구는 침이 신경조절작용을 통해 치료 효과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지표로 증명했다.
안구건조증과 이명, 난청, 삼차신경통, 구안와사, 안면신경마비 등 뇌신경 문제로 발병한 질환을 중점적으로 진료하는 단아안한의원 관계자는 “환자들은 심한 통증과 감각이상, 운동장애와 같은 증상을 호소하지만, 손상된 신경세포는 회복속도가 매우 느리고 완치가 어렵다”며 “증상이 나타나면 방치하지 말고 신경 질환을 특화 진료하는 한의원, 병원을 빨리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경계 질환 중에서도 안면신경마비, 즉 구안와사의 환자 수는 연평균 19만 명에 달한다. 국민 260명 중 1명은 안면 신경 장애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대다수 환자가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는 것. 신경계 질환 치료 시 한의학을 선호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2년부터 3년 동안 약 19만 명의 구안와사 환자 중 2/3에 달하는 12만 명의 환자가 한의원, 한방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단순한 증상 완화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병의 원인을 제거하는 치료법의 효과가 검증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단아안한의원 관계자는 “사실 구안와사 외에도 안구건조증이나 이명, 난청, 삼차신경통도 신경 손상 때문에 야기될 수 있지만 이런 원인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신경계 질환의 증상은 근육 마비 외에도 감각 이상, 분비기능 장애 등이 있어 안구 건조와 같은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뇌신경은 모두 12쌍으로 뇌줄기에서 얼굴 전반에 걸쳐 분포한다. 이 뇌신경 중 7번째 안면신경은 표정근육의 운동을 담당하는 것과 동시에 눈물샘과 침샘의 분비도 담당한다. 눈물샘을 관장하는 신경섬유가 손상되면 눈물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고, 뻑뻑하고 따가운 안구건조증이 유발된다. 대기 중 초미세먼지나 건조한 환경 등 다양한 원인 중에 뇌신경 손상도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이명과 난청도 마찬가지다. 이명은 청각 세포가 소리 정보를 청신경에 전달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겼을 때, 실제로 들리지 않은 소리를 들은 것처럼 느끼는 병이다. 8번째 뇌신경인 청신경이 다쳐도 이명이나 난청이 발생할 수 있다.
콘텐츠팀 이세연 lovo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