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9일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6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7시간 가까이 조사하고 7일 새벽 귀가시킨지 이틀 만이다.
국정농단 의혹의 주역들 중 유일하게 사법처리를 피해 온 우 전 수석은 지난 2월 구속영장 기각 이후 40여일 만에 다시 구속 위기에 몰렸다. 우 전 수석 구속 여부는 종착지가 가까워 진 이번 수사의 마지막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우 전 수석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예고된 수순이긴 했지만, 불구속 상태의 피의자에게 휴일 구속영장을 청구한 건 이례적이다.
우 전 수석은 6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면서 “대통령님과 관련해서 참으로 가슴 아프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었는데, 그 역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같은 길을 갈 수 있는 처지가 됐다.
앞서 박영수 특별수사팀도 우 전 수석을 중점 수사한 끝에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 정도와 법률적 평가에 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했다. 박 특검은 사건을 검찰에 넘기면서 “영장을 재청구하면 100% 발부될 것”이라고 밝혔었다.
특검은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비리 묵인·비호, 문화체육관광부·공정거래위원회·외교부 등 공무원들에 대한 부당한 인사 조치 요구,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직무수행 방해, 민간인 불법사찰 혐의 등 11개 범죄사실을 파악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추가 파악한 새로운 혐의도 있다.
다만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에는 가족기업 ㈜정강의 자금 횡령 의혹, 경기도 화성시 차명 땅 보유 관련 탈세 의혹 등 개인비리 혐의는 포함되지 않았다. 구속영장을 발부받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중대 범죄혐의는 여전히 나오지 않았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10일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4차 옥중 조사를 진행키로 했다. 삼성 뇌물 혐의를 전담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이원석 특수1부장이 처음으로 서울구치소를 찾아간다. 그간의 3차례 조사는 한웅재 형사8부장이 담당했다. 검찰은 지난 4일과 6일, 8일 격일로 박 전 대통령을 신문했다. 앞으로 두세 차례 추가 조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 기소 시점과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대선 일정과 관계없이 수사 상황에 따라 결정될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구속 기간이 만료되는 19일까지 꽉 채워 수서하기보다는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17일 이전 구속기소할 거란 관측이 많다.
한편 불화설이 나돌던 박 전 변호인단이 대거 전열에서 이탈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구치소 조사에 홀로 참여하고 있는 유영하 변호사와 구속 전 피의자심문 법정에 동석했던 채명성 변호사를 제외한 나머지 변호사들에 대한 해임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 주변에서는 유 변호사가 박 전 대통령 면담과 정보를 독점하면서 다른 변호사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가 계속 흘러나왔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