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서 펄펄 나는 손흥민, 슈틸리케호선 왜…"고정 포지션이 문제"

입력 2017-04-09 15:48

손흥민(25·토트넘 홋스퍼)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EPL 10호 골과 11호 골을 잇따라 터뜨리며 아시아 선수 최초 한 시즌 EPL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하지만 손흥민은 국가 대표팀에선 주춤한 상태다. 지난해 10월 초 이후 골을 넣지 못하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토트넘의 경기를 통해 손흥민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손흥민은 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열린 왓퍼드와의 2016-2017 EPL 32라운드 홈경기에서 전반 44분과 후반 10분 잇따라 골을 넣어 토트넘의 4대 0 대승을 이끌었다. 전반 33분엔 델레 알리의 선제골을 돕기도 했다.

번리전(1일·1골)과 스완지시티전(6일·1골)에 이어 3경기 연속 득점에 성공한 손흥민은 시즌 11호 골을 기록했다. 시즌 전체 득점에서 18호 골을 기록한 손흥민은 차범근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이 레버쿠젠(독일)에서 활약하던 1985-1986 시즌 기록했던 한국 선수 유럽 무대 시즌 최다골(19골) 기록에도 한 골 차로 바짝 다가섰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펄펄 날고 있지만 최근 국가대표팀에서는 골 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손흥민이 A매치에서 넣은 마지막 골은 지난해 10월 6일 카타르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경기에서의 결승골이다. 이후 우즈베키스탄전(한국 2대 1 승)과 지난달 말 1대 0 신승으로 끝난 시리아전에서도 골 사냥에 나섰지만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했다.

손흥민이 최근 대표팀에서 골을 넣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토트넘과 대표팀의 분위기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김대길 KBS N 해설위원은 9일 “토트넘과 달리 대표팀은 현재 밸런스가 무너져 있다”며 “대표팀의 경우 거의 모든 포지션에서 삐걱거리니 손흥민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동료들의 도움을 많이 받지만 대표팀에선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도 “토트넘은 EPL에서 빌드업(공격전개)이 가장 잘 되는 팀”이라며 “손흥민은 공격 전개가 매끄럽지 않은 대표팀에선 낮은 곳에서 볼을 받아 공격에 나서는 빈도가 높다. 이렇다 보니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펼쳐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멀티플레이어인 손흥민은 토트넘에선 왼쪽 날개와 최전방 원톱 공격수로 활약한다. 하지만 대표팀에선 주로 왼쪽 날개로 뛰는데, 포지션이 고정되다 보니 상대의 집중 견제로 고전하고 있다. 두 해설위원 모두 “왼쪽 날개는 손흥민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포지션”이라면서도 “분위기 전환을 위해 손흥민을 원톱이나 가짜 9번으로 활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대안이다. 손흥민은 가짜 9번에게 필요한 침투와 드리블, 패싱 능력 등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시말해 ‘슈틸리케호’의 부진은 손흥민 활용법을 극대화하지 못한 탓이다. 손흥민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전술적인 협력 플레이와 매끄러운 빌드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한국은 남은 최종예선 3경기에서도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