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사랑, 화해의 시인’ 황금찬 별세… 향년 99세

입력 2017-04-09 11:49
‘국민 시인’ 황금찬(99)씨가 지난 8일 오전 4시40분 강원 횡성의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국민일보DB

1918년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난 시인은 100년의 시간 동안 ‘어진 눈’으로 세상을 지켜보았다. 암담한 일제시대와 처참한 한국전쟁을 겪었지만 촛불과 같은 ‘어두움을 밀어내는 연약한 저항’으로 한 세기를 버텨냈다. 그는 기독교 사상과 향토적 정서가 담긴 서정시와 지적 성찰을 담은 시로 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국민들은 그를 ‘화해의 시인’으로 기억하고 있다. 

시인은 약 30년 동안 강릉농업학교 등에서 교사로 재직하며 시를 썼다. 48년 월간 ‘새사람’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51년에는 ‘청포도’ 동인을 결성했다. 이듬해 청록파 시인 박목월의 추천을 받아 ‘문예’로 등단했다. 65년 ‘현장’을 시작으로 ‘오월나무’(1969), ‘나비와 분수’(1971), ‘오후의 한강’(1973), ‘추억은 눈을 감지 않는다’(2013) 등 39권의 시집을 펴내며 현역 문인 가운데 최고령으로 활약했다. 그가 남긴 시와 수필은 총 8000편이 넘는다.


국민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은 시인은 후배 문인들로부터 존경 받는 선배였다. 지난해 백수연 행사에서 제자 등에게 2018편의 필사집을 헌정 받았다. 2015년에는 황금찬 문학상이 창설됐다. 현재 그의 이름을 딴 문학관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시인은 대한민국문학상, 문화보관훈장, 대한민국예술원상 등을 받았다.


시인의 최근 근황은 초동교회(기장)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초동교회는 ‘보고 싶은 초동인’ 영상을 통해 지난 3월 9일 시인을 찾아가 함께 찬송한 드리고 덕담을 나누는 모습을 공개했다.



슬하에 3남 2녀를 뒀다. 빈소 서울 강남 성모병원 장례식장, 발인 11일, 장지 경기 안성시 초동교회 공원묘지. 02-2258-5940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