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 네사람이 한자리에 모였다. 유세현장도, 토론회장도, 국회도 아닌, 시내 한 술집에서다. 경선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풀고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서다.
지난 7일 오후 7시.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한 호프집에서 서로를 공격하던 4인방이 모여 앉아 서로에게 서운했던 것들을 훌훌 털어버렸다. 문 후보를 주축으로 이재명, 안희정, 최성이 한 자리에 모인 것만으로도 보기 드문 일이다. 호프집에서 퇴근길 맥주 한 잔 하자는 것이 설정이라 하더라도 서민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큰 공감을 얻는다.
이번 호프타임에 대해 문 후보가 당 경선 후 떨어져 나간 안희정과 이재명의 지지층을 되찾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는 분석도 많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이 자리가 여느 정치행보 보다 편안했다는 것이다. 취재진의 요청에 포토타임이 이어지면서 어색한 분위기와 침묵이 흐르기도 했지만 전통시장을 찾으며 ‘먹방’을 연출한 다른 정치인들의 모습보다 훨씬 인간적이다.
문 후보는 넥타이를 풀고 편안한 복장으로 술을 얻어먹겠다 선언했고, 이재명 시장은 ‘더치페이하자’며 맞받아쳤다. 경선 과정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했던 문 후보와 이 시장의 기류도 이처럼 달라졌다. 형제들이 금방 싸우고 화해하는 모습이 연상될 정도다. 이 시장은 경선에서 승리한 문 후보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며 "그동안 싸운게 아니라 경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지사는 중간에 소주를 외치며 분위기를 띄웠다. 원샷을 연호하기도 했다. 어색한 침묵이 흐를 때마다 술잔을 들며 분위기를 띄웠다. 취재진의 요청이 쇄도할 때마다 농담을 섞어가며 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것도 안 지사였다.
최성 시장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저서를 축하 선물로 건네며 덕담과 농담을 전했다. “판넬을 가져오려다 김대중 대통령 책을 가져왔다”는 최 시장은 “이 책엔 문 후보가 최종 승자가 되는 비법이 여기 들어있다. 5월 9일까지 빌려드리고 청와대 입성하시면 다시 돌려 달라”고 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