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구 “15년 믿어준 소속사 대표, 평생의 은인” [인터뷰②]

입력 2017-04-08 21:56 수정 2017-04-08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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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진구(37)는 스스로 “인복을 타고났다”고 했다. 드라마 ‘올인’(SBS·2003)의 이병헌 아역으로 데뷔해 ‘태양의 후예’(KBS2·2016)로 한류스타가 되기까지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곡절의 세월을 함께해준 이들이 있었다. 선후배 배우들, 그리고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의 식구들이다.

바쁜 1년을 보내고 영화 ‘원라인’으로 스크린에 복귀한 진구를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변함없이 소탈한 그는 1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연신 진솔한 입담을 이어갔다. 해외 활동에 대해선 긍정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그는 “배우로서 조금 더 넓은 세상에 진출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며 “회사(소속사)의 기획력이 어우러지면서 구체화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태양의 후예’는 진구의 배우인생에 큰 전환점이 된 작품이다. ‘연기파’ 혹은 ‘믿고 보는 배우’로 불렸던 그에게 ‘인기스타’ 타이틀이 덧붙었다. 본인은 “작년 이맘때에 비해 거품이 확실히 빠졌다”고 겸손해했으나 그의 해외 인기는 여전히 뜨겁다. 지난 1년간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를 돌며 아시아 팬들을 직접 만났고, 현재는 일본 진출을 적극 타진 중인 상황이다.

‘태양의 후예’가 성공했을 때 진구 못지않게 축하받은 이가 있다. BH의 손석우 대표다. 진구를 처음 발탁해 물심양면 애정을 쏟으며 배우로 성장시켜온 장본인. 무려 15년 동안 부침을 겪으면서도 그는 진구에 대한 믿음을 거두지 않았다. “‘태양의 후예’ 끝나고 그 얘기를 제일 많이 들었어요. 우리 대표님 입이 귀에 걸려서 다니신다고(웃음). 행복하죠.”


‘올인’ 때의 반짝 인기가 사그라진 뒤 진구는 2~3년 무명 생활을 거쳤다. 70~80번의 오디션을 봤으나 매번 떨어졌다. 진구는 “그때 저보다 우리 대표님이 상처를 많이 받으셨을 것”이라면서 “대표님은 내가 불합격된 이유를 직접적으로 알려주지 않았다. ‘너는 이게 부족해서 떨어졌어’라는 식의 공격적인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아마 대표님 속만 문드러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당시 우리 회사에 있던 선배들이 다들 잘 나갔거든요. 근데 저는 손석우 대표가 발굴해낸 사람이니, 매니저로서 저에 대한 욕심이 컸던 것 같아요. ‘너는 내가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라는…. 포기할 법도 한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셨어요. 지금까지 절 잡아주셔서 감사하죠. 작품이 잘 되든 안 되는 석우 형과 저의 운명이라 생각하면서 받아들이며 살고 있습니다(웃음).”

인터뷰는 어느덧 손석우 대표 이야기로 채워졌다. 기승전‘대표님’ 수준이었다. 힘들었던 시절을 떠올렸을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리라. 진구가 갖은 고생을 하면서도 배우의 길을 포기하지 않은 이유 역시 “손석우라는 사람에 대한 믿음” 때문이라고 했다.

“예전에 일이 없을 때 석우 형한테 1주일에 한 번씩 전화를 했었어요. ‘나 생활비가 없다.’ 돈 좀 꿔달라는 거였죠. 그때 받은 3만원, 5만원…. 그 푼돈들이 저에게는 엄청 큰 힘이 됐어요. ‘이 사람에게는 꼭 잘 돼서 갚아야 한다. 배신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했죠. 너무 고마웠거든요.”


‘둘의 인연이 평생 가겠다’는 말에 진구는 망설임 없이 “그럴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제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항상 석우 형이 도움을 주셨다”며 “여러모로 나의 은인”이라고 뭉클해했다.

“제가 돈 갚는다고 할 때마다 형은 되게 기분 좋아했어요. 빌려준 돈을 받아서가 아니라 그만큼 제가 성장했다는 뜻이니까요. ‘벌써 줄 수 있어?’ 하며 기쁘게 받으셨죠. 채무는 다 갚은 상황입니다(웃음).”

진구는 손석우 대표에게 “의리를 배웠다”고 얘기했다. “저한테 못 받을 걸 알고 빌려준 거잖아요. 자기가 (저에게) 일을 안 시키면 못 받는 거니까,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도 있었을 테죠. 물론 저를 믿어주신 게 크고요. 안 갚아도 되는 푼돈, 그 의리. 나중에 크게 갚아야죠.”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