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에 강공으로 선회한 미국… 기회일까 위기일까

입력 2017-04-07 21:51
7일(현지시간) 지중해 동부 해상에 배치된 미 해군 유도미사일 구축함 로스호에서 시리아 알샤이라트 공군기지를 향해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AP뉴시스]

시리아 사태에 직접적인 개입을 꺼리던 미국이 7일 본격적인 군사작전에 돌입하게 된 배경엔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공격에 대한 ‘응징’뿐만이 아니라 복합적인 국내외 정세가 얽혀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전 세계를 충격과 분노로 몰아넣은 화학무기 공격으로 시리아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되는 시점에 강공으로 전환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집권 슬로건을 군사와 안보 영역으로도 확장할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미 해군 유도미사일 구축함 로스함이 지난달 3일 스페인 로타 해군기지에 입항해 있는 모습. [AP뉴시스]

  특히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풀지 못한 시리아 문제를 후임자가 해결한다는 인상을 심어주며 중동을 넘어 국제 정세에서 다시 ‘힘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오바마 행정부는 2013년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며 군사 개입을 예고했지만 의회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당시 미국의 개입이 좌초된 이후 알아사드 정권은 반정부 세력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고, 이후 심화된 시리아의 난맥상은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탄생의 배경이 됐다는 비판이 확산됐다.
미국 국방부가 배포한 시리아 알샤이라트 공군기지의 위성사진. 촬영시점은 지난해 10월 7일이며 전투기 활주로와 기지 내 부대시설들이 보인다.

  미국이 시리아 중부 홈스 인근의 알샤이라트 공군기지를 우선적인 타격 목표로 삼은 것 역시 복잡하게 얽힌 시리아의 현 상황과 맞물린 전략적 판단이다. 미국은 공격 사실을 발표하면서 알샤이라트 공군기지가 화학무기 공격을 자행한 시리아 전투기들이 이륙한 곳이라고 지목했다. 또 비행장의 전투기와 활주로를 비롯해 관제 시설과 유류 저장고 등 시리아 정부군의 제공권을 무력화하는 것이 공격 목표였다고 밝혔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6년의 내전 기간 동안 반군을 겨냥한 시리아 정부군의 공습은 이번 화학무기 공격 참사를 비롯해 숱한 민간인 희생자를 양산해 왔다. 시리아 내전 종식과 정권 교체를 위해서도 알아사드의 전투기를 시리아 하늘에서 걷어내는 일이 급선무였다.

  최근 들어 정치적 발언 수위를 점점 높여가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이날 “시리아 정부가 더 이상 화학 공격과 민간인 학살을 자행하지 못하도록 정부군의 비행장을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의 미사일 공격에 대해 시리아는 당장 ‘침략행위’를 운운하며 비난했다. 알샤이라트 공군기지가 위치한 시리아 홈스의 탈랄 바르자니 주지사는 시리아 국영방송에 출연해 “미국의 미사일 발사는 침략행위”라고 비난하며 “알샤이라트 공군기지는 팔미라의 IS에 대한 공습작전을 지원하는 거점으로 미군의 공격은 테러조직에 이익이 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오늘 공격으로 시리아 정부의 대테러전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며 “미국과 이스라엘이 테러리즘을 지원하는 것이 새로운 일은 아니다”고 비꼬았다.
미국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시리아 알샤이라트 공군기지 내 전투기 격납고. [유튜브 캡처]

  시리아 관영 사나통신은 이날 미국의 미사일 공격으로 공군기지 인근 마을 3곳에서 어린이 4명을 포함해 민간인 9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 국방부는 이날 군인 6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이번 공격으로 시리아 공군 준장을 포함 최소 4명의 정부군이 사망했으며, 수십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아직 현지 소방 당국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라 정확한 사상자 수 집계는 혼선을 빚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국방부도 이날 “공군기지에서 미그-23 전투기 6대가 파괴됐다”면서 미사일 “59발 중 23발만 공군기지에 떨어진 반면 나머지 36발의 행방을 아직 알 수 없다”고 밝혀 시리아 측의 민간인 피해 주장을 뒷받침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어 “(시리아 내) 가장 민감한 (군사) 인프라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시리아군 방공 시스템을 더 강화하는 일련의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덧붙여 시리아에 배치한 러시아의 첨단 미사일방공시스템 S-300과 S-400 등을 추가 도입할 뜻을 내비쳤다.

  반면 정부군과 대치 중인 시리아 반군은 이날 미국의 공격을 환영하며 “시리아군의 공군력을 궤멸할 수 있는 더 많은 공격을 원한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취임 77일 만에 첫 군사작전을 명령한 트럼프가 기회와 함께 위기를 갖게 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신문은 시리아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 간 ‘신냉전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하며 시리아 정권 붕괴로 소멸 직전의 IS가 재기할 수도 있다는 위험성을 함께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만찬행사를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웃는 모습의 시 주석과 달리 트럼프의 표정은 심각하다. 이날 만찬이 끝난 지 불과 1시간 만에 지중해에 배치된 미 해군 구축함에서 시리아 알샤이라트 공군기지를 향해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이 발사됐다. [AP뉴시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