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서로 포옹했다. 대선 후보 경선이 끝난 지 나흘 만에 충남 홍성의 안 지사를 찾아간 문 후보는 안 지사의 공약을 이어받겠다는 뜻을 밝히고 협력을 요청했다.
문 후보는 7일 안 지사를 만나 “시도지사들이 함께 하는 제2 국무회의 신설 공약과 내포 신도시 건설 등을 포함한 안 지사의 자치분권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또 "원래 안 지사와 함께 정권교체하고, 함께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여러 번 약속했는데, 그 마음은 변함없다"며 "안 지사는 지자체장이기 때문에 선대위에 결합하기 어려운 면이 있어서 안 지사 캠프에서 활동했던 분들을 새롭게 선대위에 참여해주시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이에 안 지사는 문 후보에게 지역숙원사업인 내포신도시 공약과 장항선 복선화 사업 등의 추진을 요구하며 “정당주의자로서 경선결과가 나오면 모두 승복하고 당의 이름으로 힘을 모아야 하는 게 민주주의 정신”이라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문 후보의 이같은 행보는 안 지사가 대선경선에서 내놨던 공약을 적극 흡수, 안 지사를 지지했던 중도보수적 성향의 유권자들을 껴안으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두 사람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잇는 적자로 불리며 대선 경선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문 후보의 ‘전두환 표창장’ 발언을 두고 공세는 최고조에 이르렀고, 안 지사는 “사람을 질리게 한다”며 골 깊은 갈등을 드러냈다. 경선이 끝난 뒤 다시 화합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날 문 후보는 이틀 연속 안 지사를 찾아 갔고, 안 지사는 지하 1층 주차장까지 문 후보를 직접 마중나가 포옹을 나눴다. 전날 목포에서 올라와 안 지사를 찾은 문 후보는 안 지사 관저에서 1시간 가량 저녁식사와 산책을 했다.
문 후보는 저녁에는 또 다른 경선 관계자였던 이재명 성남시장과 저녁 식사를 하고, 8일에는 안 지사, 이 시장, 최성 고양시장을 만나 ‘원팀’을 선언할 예정이다.
이러한 문 후보의 행보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무서운 상승세에 따른 것이다. 안 지사와 이 시장 지지자들을 적극적으로 껴안기 위해 일정까지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갈 길 바빠진 문 후보의 절실함이 묻어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