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는 학원 가지 않고 푹 잘 수 있으면 좋겠어요."
국제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선거연령을 19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요. 5월 9일 장미대선을 앞두고 투표권이 없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어떤 대통령을 원할까요?
지난 4일, 아동복지전문기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올 1월 1일부터 약 두 달간 ‘미래에서 온 투표’ 캠페인을 진행해 어린이와 청소년 8600명으로부터 받은 아동 정책 1만1303건을 공개했습니다.
‘미래에서 온 투표’ 캠페인은 아직 투표권이 없는 아동, 청소년들이 자신이 원하는 미래 대한민국을 정책으로 제안해 본 것입니다. 과연 우리 아이들은 어떤 미래를 제안했을까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제안한 정책은 안전, 환경, 아동 대상 성범죄 근절방안 등 다양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교육과 학교에 관련된 정책(5603건)을 가장 첫 번째로 꼽았습니다.
초등학생들은 ‘교육시간 축소(1085건)’를 가장 우선적으로 개선돼야 할 정책으로 꼽았습니다. 이밖에도 아침밥 먹고 등교하는 것, 힘들 때 쉬어가는 것, 밤에는 잠을 자는 것에 대한 방안을 내세웠습니다.
한 초등학생은 '어린 아이들은 공부보다 자유가 더 좋을 것 같습니다'는 의견과 함께 공부와 여가가 고루 배치된 시간표를 제안했고, 또 다른 어린이는 아침 9시부터 밤 11시까지 쉴 틈 없이 학원에 다니는 자신의 고된 일상을 그림으로 표현해 씁쓸함을 자아냈습니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은 어떨까요? 청소년들은 쉬는 시간 확대와 야간자율학습 폐지, 숙제 축소 등을 제안했습니다. 또 사교육에 지친 학생들은 학원운영시간 규제, 불법 선행학습 대책 마련, 공교육 강화 등을 제안하며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밖에도 만 18세 투표권 보장을 포함해 아동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는 의견과 아동대상범죄의 근절방안 마련(775건), 놀이 공간의 확대(469건), 아르바이트의 최저시급 인상(396건)과 근로환경 개선(142건) 등을 요구했습니다.
‘미래에서 온 투표’ 캠페인을 진행한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관계자는 “아동, 청소년들은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동안 투표권이 없다는 이유로 늘 소외돼 왔다”며 “아이들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제안이라는 것을 꼭 기억해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이번 캠페인을 통해 아동들도 어떤 정책전문가 못지 않게 다양하고도 세부적인 공약들을 제안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됐다”며 “아동의 의견을 반영하고 존중하는 공약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초록우산 어린이 재단은 아이들의 요청을 보고서로 제작해 각 정당 정책위원회와 주요 대선후보 캠프에 전달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미래인 아이들이 꿈꾸는 대한민국을 기대해 봅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