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살린 ‘포켓몬고’… 삶의 벼랑 끝에서 돌린 발걸음들

입력 2017-04-07 06:05
국민일보 그래픽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Pokemon Go)’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던 사람들의 발걸음을 돌린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 BBC방송은 5일(현지시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로 악명이 높은 일본에서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사람들의 방문이 많은 후쿠이현 도진보 절벽에서 자살률이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도진보는 해변을 따라 돌출된 주상절리 절벽의 비경으로 유명하다.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명소다. 하지만 극단적인 선택으로 삶을 포기하려는 사람들 역시 아름다운 풍경에 이끌려 찾아온다. 도진보 절벽은 일본에서 ‘자살 절벽’으로 불린다.

도진보 절벽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2015년 12명, 지난해 14명이었다. 매달 1명 넘게 이곳에서 삶을 마감한 셈이다. 하지만 올 들어 작은 변화가 나타났다. BBC는 “올해 1월 중 단 한 사람의 사망자도 없었다”고 전했다.

일본 후쿠이현 도진보 절벽. 1001프리다운로즈 홈페이지

변화의 원인은 파악되지 않았다. 다만 최근 이곳이 포켓몬고에서 아이템을 지급받을 수 있는 ‘포케스탑’으로 지정된 뒤부터 더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고, 이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사람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들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도진보 절벽의 자살예방 순찰요원인 유키오 시게는 “희귀 포켓몬을 잡기 위해 찾아오는 관광객이 훨씬 많아졌다. 자살을 시도하려는 사람도 열정으로 가득한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며 “포켓몬고의 효과는 엄청나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돼 자살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비영리로 정신건강을 상담하는 시민단체 ‘텔’의 비키 스컬지 이사는 “여러 요인이 영향을 끼쳤겠지만, 포켓몬고의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며 “조용하게 스스로의 삶을 마감하려 했던 사람들에게 도진보 절벽은 더 이상 매력적인 곳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최민우 인턴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