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란 철제 케이스에 담긴, '니베아 크림'으로 잘 알려진 니베아가 '하얀 피부가 깨끗하고 순수하다'는 뜻을 담은 페이스북 광고로 뭇매를 맞았다. 결국 광고를 삭제하고 사과했지만, 최근 페이스북에서 22만회나 공유된 '백인 아이가 흑인 인형을 고른 사연'과 맞물려 아이보다 못한 니베아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독일 화장품 브랜드 니베아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 겨드랑이를 산뜻하게 유지해주는 제품 '데오드란트' 광고를 올렸다. 중동 지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광고였다고 한다.
광고는 흰색 가운을 입은 여성이 검은빛 머리를 늘어뜨린 뒷모습을 담았다. 그 위로 '하얀색이 순수하다(White is Pure)'는 글자가 적혔다. 니베아는 이런 사진을 올리며 '깨끗하고 밝게 유지하세요. 어떤 것도 그곳을 더럽히지 못하게요' 라는 설명을 달았다.
이 광고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로 퍼지며 비판을 받았다. "인종차별적 메시지를 담은 광고"라는 점잖은 반응부터 "광고를 만든 사람을 불태워버려라" "KKK단이나 나치를 위한 광고냐"는 거친 반응이 쏟아졌다.
니베아는 논란의 광고를 4일 페이스북에서 삭제했다. 그리고 "이번 게시물 때문에 상처를 받았을 분들에게 깊은 사과를 드린다"며 "니베아는 다양성과 동등한 기회를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다"는 공식 성명을 냈다.
니베아 광고 속 경솔했던 표현은 최근 페이스북에서 22만여회 공유된 3살 여자 아이의 사연과 대조된다. 미국 마트 '타깃'에서 자신이 원하는 의사 차림을 한 흑인 인형을 골랐던 소피아는 계산원으로부터 "우리 가게에는 너랑 더 닮은 인형이 많다"며 다른 인형을 골라보라는 조언을 듣고 아래와 같이 따졌다고 했다.
"이 인형은 의사예요. 나도 의사예요. 이 인형은 예쁘고 나도 예뻐요. 여기 예쁜 머리카락 보여요? 청진기까지 하고 있잖아요!"
소피아의 엄마는 지난 1일 페이스북에 "나는 이날의 경험을 통해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피부색에 의한 편견을 갖는 건 아니라는 걸 확신하게 됐다"고 적었다. 이날 소피아는 유아용 변기를 뗀 기념으로 선물을 받았다.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니베아의 판단이 아이의 생각보다 못했다. 분명.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