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분의 아이들 세상]ADHD는 모두 산만하다?

입력 2017-04-06 13:33
이호분 연세누리정신과 원장

“아이가 행동이 산만한 것도 아니고 자주 트러블을 일으키는게 아니어서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고등학생들 중에 초등학교 저학년 까지는 공부에 아무 문제 없었는데 고학년이 되면서 공부에 흥미를 잃고 성적이 떨어졌다며 병원을 찾아 오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의욕 저하나 동기 저하, 우울증 등이 아닐까하는 걱정 때문이다.

물론 이중에는 부모의 양육문제나 정서적 우울감으로 인한 아이들도 있지만 기질적으로 ADHD가 있는데 행동이 산만하지 않기 때문에 놓치고 지나간 사례가 매우 많다. 심지어는 어려서 심리검사를 했을 때 ADHD로 나왔지만 “(내가 보기에) 산만하지도 않은데 무슨 ADHD…”라며 치료를 하지 않고 중학생이된 후 성적이 떨어지고 나서야 병원을 찾는 경우도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언론을 통해 ADHD가 알려 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긴 했으나 이때문에 편견을 낳기도 했다. 매체를 통해 보여지는 ADHD 모습은 난폭하거나 행동이 매우 산만해 통제가 되지 않는 ‘아주 특이한’ 혹은 ‘비정상적인’ 아이들로 비쳐지는 경우가 많아 ADHD가 있는 아이들은 별도로 관리되어야 한다는 식으로 이해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ADHD가 있는 아동의 일부는 극심하게 공격적이고, 산만하여 통제하기 어렵다. 그러나 ADHD가 있어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공격성이 심하지 않다. 나이가 어릴수록 공격성이 심한 아이는 드물다.

ADHD는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가 충동성과 산만한 행동이 같이 있는 복합형, 두 번째가 충동성만 나타나는 충동형, 세 번째는 부주의 또는 집중력 저하만 있는 부주의형이다. 세 번재 유형인 부주의형은 전혀 산만하거나 충동적이지 않고 오히려 보통 아이들보다도 순하고 얌전한 경우도 많다. 이런 부주의형 ADHD가 전체 ADHD 환아의 30%에 해당한다. 이런 아이들은 ‘ADHD는 모두 산만하다’는 선입견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ADHD는 뇌의 전두엽 성숙도가 보통 아이들에 비해 떨어져 나타나는 질병이다. 결코 ‘마음의 병’이나 ‘정신의 병’, ‘성격 이상’이 아니다. 신체의 질병으로 당뇨나 고혈압처럼 관리가 필요한 병이다. 

그렇다고 뇌의 전두엽에 구조적인 이상이 있어 뇌 CT나 뇌 MRI등을 통해 결함이 보일만큼 현격한 장애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뇌의 전두엽에 부분적인 기능 저하가 있어 주의력과 인지적인 충동성, 집중력에 대한 추가 검사와 임상의의 임상소견으로 진단하는 질병일 뿐이다. 오히려 고혈압이나 당뇨병 보다는 훨씬 치료도 잘되는 병인 만큼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두려움이 문제를 부인하고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정신과 치료에 대한 편견 때문이다. 그리고 ‘부모가 자식을 잘못 훈육하고 잘못 키워서 생긴 병’이라는 식의 인식도 많다. 그렇지만 ADHD는 결코 그런 질병이 아닌 만큼 부모가 죄책감을 가질 이유가 전혀 없다. 심리치료나 부모의 양육태도를 바꿀 경우 아이의 불안이나 공격성이 감소하고 다소 산만함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ADHD라는 질병 자체가 해소되는 건 아니다. 

어린 시기의 가벼운 충동성과 부주의함은 훈련을 통해 나아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전문의로부터 정확한 진단과 질병의 경중을 평가받은 후 치료의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자칫하면 수년간의 다양한 치료에도 질병의 본질은 치료하지 못하고 시간만 허비하며 병을 키워 가게 된다. 질병으로 진단된 후에는 질병으로 치료하고, 질병과 동반된 문제는 가족의 노력이나 심리치료, 인지행동 치료, 사회기술훈련 등으로 해결하면 된다.

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 데도 집중을 하지 못해 성적이 오르지 않거나 한 가지에 빠지면 시간가는 줄 모르는 등의 증상이 있다면 ADHD를 한번쯤 의심해 보고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