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6일 오전 9시55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검찰 특별수사팀에 소환됐던 지난해 11월6일 이후 5개월 만에 다시 한번 서울중앙지검에 나왔다.
포토라인에 선 우 전 수석의 표정은 비장했다. 세월호 수사 외압 의혹 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모든 것은 오늘 검찰에서 성실히 조사받으며 답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최순실에 대해서는 “아직도 모르십니까”라고 묻자 “네”라고 짧게 말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과 관련해 “참으로 가슴 아프고 참담한 심정입니다”는 말을 남기고 조사실로 향했다.
지난해 11월에 첫 소환 당시 포토라인에 서서 질문하는 기자를 노려보고, 검사 앞에서 팔짱을 끼고 웃고 있는 모습이 포착돼 공분을 샀기 때문인지 이번에는 기자들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떨구거나 정면만 응시했다.
우 전 수석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사실상 마지막 타깃으로 꼽힌다. 그는 검찰 특별수사팀, 박영수 특검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지만, 번번이 법망을 피해갔다.
검찰과 특검 수사를 거치면서 적용된 혐의는 늘었다. 우 전 수석은 특검이 적용한 직무유기·직권남용 등 10여개의 혐의를 받고 있다. 최순실(61·구속기소)씨 국정농단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거나 협조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우 전 수석은 문화체육관광부·공정거래위원회 소속 공무원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을 동원해 공무원 감찰을 벌였다고 보고 조사 결과를 검찰에 넘겼다.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건을 수사하던 광주지검 수사팀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정부 책임이 부각되는 것을 꺼려 압수수색을 방해하는 등 수사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당시 해양경찰에 대한 수사를 지휘한 변찬우 전 광주지검장과 수사 실무를 맡았던 윤대진 전 광주지검 형사2부장(현 부산지검 2차장) 등이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부터 사건을 다시 넘겨받은 뒤 약 한 달 동안 50명 가까운 관련자 조사를 벌이며 기반을 다졌다. 우 전 수석의 혐의가 방대해 밤 늦게까지 고강도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