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가져간 민주당 '컨벤션 효과'… 이유는?

입력 2017-04-06 08:59

전당대회나 후보 경선을 치르면 정당과 후보 지지율이 상승하곤 한다. 대규모 행사에 유권자 관심이 집중돼 나타나는 이 현상을 '컨벤션 효과'라 부른다. 

전국을 돌며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은 지난 3일 수도권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문재인 후보가 확정된 대규모 '컨벤션'이 종료됐는데, 그 '효과'는 오히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 나타나고 있다.

5일 공개된 YTN-서울신문 여론조사, 6일 공개된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후보 지지율은 30대로 급상승하며 문재인 후보와의 격차를 4~5%포인트로 좁혔다. 가상 양자대결에서는 두 조사 모두 안 후보가 문 후보를 꺾었다. YTN-서울신문 조사는 안철수 47.0% vs 문재인 40.8%, 중앙일보 조사는 안철수 50.7% vs 문재인 42.7%였다. 안 후보가 6~8%포인트 앞서는 수치다.

국민의당도 같은 시기에 경선을 치렀으니 컨벤션 효과가 있겠지만, 그 때문에 이런 지각변동이 나타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민주당 경선은 국민의당보다 몇 배 많은 국민이 참여해 훨씬 큰 규모로 열렸다. 경선에 쏠리는 관심 역시 안철수 후보가 압승한 국민의당보다 안희정 이재명 후보가 선전했던 민주당이 더 많이 누렸다.

그럼에도 양당 경선 직후 지지율은 문재인 후보가 답보 상태인 반면 안철수 후보는 급상승했다. 민주당 컨벤션 효과를 안 후보가 고스란히 가져간 모양새다. 여론조사 전문가 사이에선 "적폐 청산을 내세웠던 문재인 후보의 선거 전략에 대폭 수정이 필요하다"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국면이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캠프는 비상이 걸렸다. 탄핵 정국 이후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동안 캠프 내부에선 '문재인 vs 안철수 양강구도'를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으로 꼽곤 했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닥쳐온 터라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해법을 찾는 일은 민주당 컨벤션 효과를 안철수 후보가 가져간 원인을 분석하는 데서 시작된다.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경선 이후 지지 후보를 바꿨다"고 응답한 사람은 21.8%였다. 이 중 52.6%가 안철수 후보 지지로 돌아섰다. 새롭게 지지하게 된 후보가 문재인 후보라는 답변은 23.2%였다. 안철수 후보에게 유입된 유권자가 2배 이상 많다. 특히 안희정 충남지사를 지지하던 사람 중 약 60%가 경선 이후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게 됐다고 답했다.

이는 민주당 경선이 유권자 관심을 끌어모아 지지층을 넓히는 대신 유권자 이탈을 촉진하는 행사였음을 말해준다. 원인은 문재인 후보를 향한 중도와 보수 진영의 비판적 시각 또는 불안한 눈길을 누그러뜨리지 못한 데 있다. 경선은 "문재인은 왠지…" 하며 망설이는 유권자를 설득할 수 있는 좋은 무대였는데, 이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고 전문가들을 지적한다. 

강경 보수 노선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박근혜 정부의 실패라는 굴레에 묶여 있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가졌던 지지율 이상으로 지지층을 넓히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몇 주 전만 해도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던 안철수 후보는 상대적으로 큰 확장 가능성을 가졌다. '중도' 포지셔닝 덕에 유권자를 끌어안을 공간이 많고, 호남이란 기반도 있다. 그에게 필요한 건 "안철수로도 이길 수 있다"는 대체론의 확산이었는데, 민주당 경선이 그 모멘텀을 제공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