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61·구속 기소)씨가 진보 성향 영화 등을 제작·배급해 온 이미경 CJ 부회장을 향해 욕을 하며 부정적으로 묘사한 사실이 법정에서 드러났다. 최씨는 정부의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 과정에도 개입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 심리로 5일 열린 김종덕(60·구속)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관주(53) 전 문체부 차관, 신동철(56)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에 대한 첫 공판에서 이 같은 정황을 공개했다.
특검은 최씨가 CJ 이 부회장을 향해 ‘만든 영화가 좌파 성향이라 XX년’이라고까지 말한 것을 들었다는 차은택(48·구속 기소)씨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최씨는 CJ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었다.
지난해 검찰 조사 결과 조원동(61)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2013년 7월 손경식(78) CJ그룹 회장을 통해 이 부회장 사퇴 압력을 가한 것이 드러났는데, 이 부회장 퇴진 배후에 최씨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특검은 최씨가 현 정권과 코드가 맞지 않는 인사들에 대해 불만을 품고, 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측근인 고영태(41)씨를 통해 ‘현 정권을 비판하는 사람을 알아보라’는 취지의 지시도 내린 것으로 특검 조사 결과 확인 됐다. 블랙리스트 역시 보고 받았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