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살해 소녀 "우리 고양이 괴롭혀 범행"…신빙성은 '글쎄'

입력 2017-04-05 12:21

초등생을 유괴해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16세 소녀가 경찰 프로파일러에게 "아이들 집에 데려갔는데 집에 있던 고양이를 괴롭혀서 화가 나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 진술에 큰 무게를 두지 않고 있다. 여러 가지 '횡설수설' 진술 중 하나일 뿐이란 것이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한 고교 자퇴생 A(16)양의 범행동기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진술이 나왔다고 5일 밝혔다. A양은 지난달 29일 낮 인천시 연수구의 공원에서 초등학교 2학년 B(8)양을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 목 졸라 살해한 뒤 흉기로 훼손한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후 체포된 A양은 줄곧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진술을 회피했다. 그러나 프로파일러가 투입되자 말문을 열기 시작했고 "B양이 휴대전화를 빌려달라고 했는데, 배터리가 없어 충전한 뒤 쓰게 해주려고 집에 데리고 갔다. 집에 들어갔는데 고양이를 괴롭혀 화가 나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양이 범행의 고의성을 부인하고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하기 위해 이렇게 말한 것으로 봤다. 불과 3시간 만에 살해와 시신 훼손, 유기가 이뤄진 점으로 미뤄 사전에 계획하지 않고는 실행하기 어려운 범행이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고양이를 괴롭혀 화가 났다는 것은 피의자가 횡설수설하면서 이야기하는 신빙성이 높지 않은 여러 진술 중 하나"라며 "계획적인 범행인 여러 정황증거로 볼 때 고의성을 부인하기 위한 주장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6∼7일 A양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통상 어린이 유괴 사건 피의자에게 적용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미성년자 약취·유인죄를 적용할지를 고심하고 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