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일 오전 6시40분쯤 함경남포 신포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쐈다. 발사체 종류는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지만 비행거리는 60여㎞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정상회담(6~7일)이 코앞에 다가온 시점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핵 문제가 회담 테이블에 주요 의제로 오른 상황에서 두 정상을 향해 다시 '미사일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합동참모본부는 5일 "북한이 오늘 아침 함경남도 신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불상의 발사체를 쐈다"고 밝혔다. 발사체의 종류와 비행거리 등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지상에서 발사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발사체를 쏜 것은 지난달 22일 무수단급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발사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지 14일 만이다. 지난달 6일에는 평북 철산군 동창리 일대에서 스커드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4발을 쐈다.
이번 도발은 한·미 군이 이달 말까지 진행 중인 연례 독수리훈련에 대한 반발 성격일 수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대북 정책을 조율하기 위해 시진핑 주석이 미국으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미·중 정상회담을 겨냥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최근 북한의 도발 징후는 점증해 왔다. 신형 고출력 미사일엔진을 시험하는 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완료하겠다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호언장담을 조만간 행동에 옮길 태세였다.
북한은 핵·미사일 기술이 일정 수준 이상 올랐다고 판단될 때 전략적 도발을 결심하곤 했다. 도발 일자는 주민 결속을 위해 김일성·김정일 생일 등 주요 기념일을 앞두고 정했다. 아울러 미국의 대북정책과 미·중 관계 추세, 남한 정세 등을 함께 지켜보면서 도발 효과를 극대화할 타이밍을 노렸다.
이에 도발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점은 4월 초·중순으로 예상돼 왔다. 4월 6~7일 미·중 정상회담,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05주년, 4월 25일 북한군 창건 85주년 등이 '택일'의 기준으로 여겨졌다. 이 중 첫 번째 예상 시점에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다.
도발 종류는 핵실험보다 ICBM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핵실험은 지난해 수소탄 시험(4차)과 핵탄두 폭발시험(5차)까지 마쳤다고 공언한 터라 기술상에서는 다시 실시할 명분이 많지 않다. 이에 반해 ICBM은 김 위원장 스스로가 신년사에서 ‘마감 단계’라고 밝히는 등 발사 의지를 대내·외에 여러 차례 드러내놓은 상태다.
미국 CNN은 북한이 지난달 24일 신형 탄도미사일 엔진 시험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서해발사장에서 고출력 엔진 지상분출 시험에 성공한 지 6일만이다. CNN은 미 국방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최근 몇 주 사이 미사일 엔진 시험을 모두 세 차례 했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는 신형 미사일 엔진이 결국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신형 고출력 엔진이 ICBM에 적용될 때 추가로 조정 작업이 필요한지는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