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강변북로 한복판서 '유기견 2마리' 구출작전

입력 2017-04-05 00:50 수정 2017-04-05 02:13
보배드림 캡처

한밤중에 로드킬 위기에 처한 유기견 2마리를 구조한 한 네티즌의 사연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모르는 척 외면하고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차를 세웠다고 합니다. 목숨을 잃을 뻔한 유기견들은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강변북로에서 유기견과 위험한 조우를 했다는 주인공은 4일 오후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장문의 글을 올렸습니다. 구조한 유기견에 대해 이용자들에게 조언을 구했는데요. 네티즌들은 입양의사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사연은 서울 강변북로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지난 3일 한밤중 퇴근길에 오른 글쓴이는 영동대교 진입 구간에서 위험에 처했습니다. 급커브 차로 정중앙을 걸어가는 유기견들 때문인데요. 급하게 핸들을 꺾어 위기를 모면했지만 너무 놀란 나머지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고 합니다.  한숨을 돌리고 보니 잘못하면 도로를 배회하는 유기견들이 로드킬 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곧바로 구조에 나섰다고 적었습니다.

보배드림 캡처

주인공은 차량들이 빠르게 달리는 도로를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수백미터를 걸어 갓길에 엎드려 있는 유기견들을 발견했는데요. 안전한 장소로 옮기기 위해 접근했지만 유기견들은 경계를 늦추지 않았습니다. 앉은 자세로 천천히 다가가니 그제서야 품에 안겼고, 안전지대로 피신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는 유기견들에게 과자와 물을 주고 보호할 방법을 찾기 위해 경찰과 동물보호협회, 서울시 다산콜센터에 연락했습니다. 하지만 밤이 깊어 당장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답변만 들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유기견들은 오랜만에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게 됐습니다.

보배드림 캡처

사연을 본 네티즌들은 ‘쉽지 않은 일인데 대단하다’며 엄지를 치켜세웠습니다. 유기견 구조에 감동했다며 선물을 보내겠다는 댓글도 달렸습니다.

통계에 의하면 연간 버려지는 유기견의 수는 9만 마리로 추정됩니다.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인데요. 유기견들은 대부분 굶주린 채 거리를 떠돌다가 로드킬을 당하거나 들개가 돼 주민들을 위협하기도 합니다.

보배드림 캡처

일부 유기견들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동물보호센터 구조대의 손에 인도되기도 하는데요. 이곳은 갈 곳 없는 유기견의 임시보호처 역할만 할 뿐입니다. 동물보호센터로 옮겨진 유기견은 새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며칠 이내로 안락사를 당하게 됩니다.

동물보호단체는 유기견을 안락사시키는 건 도의적으로 옳지 않다고 합니다.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주인에게 소유권을 건네받아 개 입양을 추진하는 '사육포기동물 인수제' 같은 시스템이 필요하고 강조합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