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첫 구치소 출장 조사가 무려 11시간 가까이 강도 높게 진행됐습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오늘(4일) 박 전 대통령 구속 후 4일 만에 처음으로 대면조사를 벌였습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 한웅재 부장검사가 박 전 대통령이 수감돼 있는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조사했습니다. 보조 검사 1명과 여성 수사관 1명이 동행했습니다.
이들 수사팀이 서울구치소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20분쯤이고 조사는 오전 10시쯤 시작됐습니다. 조사 장소는 구치소 내 임시 조사실입니다. 책상과 의자 등 각종 집기를 갖추고 조사실처럼 꾸며 놓은 곳입니다. 조사에는 박 전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입회했습니다. 유 변호사는 수사팀 도착에 앞서 오전 8시40분쯤 구치소 안으로 들어갔죠.
한 부장검사는 수인번호 503번이 새겨진 수의를 입은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강도 높은 추궁을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13가지 혐의 사실 중 핵심인 뇌물죄 부분은 집중적으로 캐물었을 겁니다. 한 부장검사는 지난달 21일 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됐을 때도 장시간 대면조사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그때와의 진술 변화 여부를 파고들었을 겁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구치소 출장 조사는 21년 만입니다. 12·12 및 5·18과 관련해 반란수괴 혐의 등으로 안양교도소에 수감 중인 전두환 전 대통령을 1996년 1월 방문해 출장 조사를 벌인 이래 처음이죠.
점심식사를 위해 오전 조사는 11시50분쯤에 끝났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오늘 점심은 구치소 요일별 식단에 따라 밥과 소고기미역국에 떡볶이, 콩조림, 무생채 반찬입니다. 영치금으로 구치소에서 시판되는 반찬이나 식품을 따로 구매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1시간20분가량 점심식사와 휴식을 취했습니다.
오후 1시10분쯤 재개된 조사는 저녁식사 시간을 포함해 저녁 8시40분쯤 마무리됐습니다. 오늘 조사는 별다른 특이사항 없이 잘 진행됐다고 합니다. 조사는 점심·저녁식사 시간 등을 포함해 모두 10시간40분 정도 걸렸군요. 당초 구치소 일과를 감안해 오후 6시 이전에 끝내겠다고 했던 조사가 저녁 늦게까지 이어졌습니다. 구치소 취침시간이 저녁 9시인데 그래도 이 시간은 넘기지 않고 조사를 마친 모양입니다. 특수본은 6일 다시 구치소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특수본은 6일 이후에도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몇 차례 더 출장 조사를 벌일 것입니다. 박 전 대통령 구속 기한이 오는 19일까지인데 이보다 앞서 범죄사실을 확정해 공소장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보강 조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구속이 되면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다는데 박 전 대통령은 오늘 어떤 진술을 했을까요. 계속 결백을 주장했을까요. 아니면 일부나마 혐의사실을 인정했을까요. 특수본이 앞으로 추가 조사를 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자백을 이끌어낼지 궁금하군요.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