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태를 초래한 최순실(61)씨의 뇌물 혐의 재판이 4일 시작됐다. 최씨는 법정에서 "억울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혐의도 전면 부인했다.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진행됐다.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최씨는 "대통령과 공모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너무 억울하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특검은 제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고 어떤 팩트를 정해놓고 뇌물죄로 해놓고 진술을 요구했다… 삼성 경영구조나 지배구조 등은 그런 회사를 운영해보지 않아 전혀 모르고 알지 못하는데 (특검이) 물어봐 진술을 거부했다. 그런데도 (특검이) 뇌물 프레임을 가져다 (조사)해서 너무 억울했다."
최씨는 "제가 대통령 곁에 있다고는 해도 재벌 총수를 만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이 너무 강압적이고 언어 폭력적이었다. 인간 대우도 못 받는 조사를 받았다"며 조사 과정에 강한 어조로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미르나 K스포츠재단, 강요 미수로 해서 개인 이득을 취했다고 하지만 증거가 하나도 없지 않느냐"며 "그런데도 대통령과 공모해 재단 돈을 빼돌리려고 했다고 한다"고 반박했다.
최씨 변호를 맡은 이경재 변호사는 "재판장께서 막중한 무게를 이겨내고 독립되고 객관적인 공정한 판단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이후 최씨의 심경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것은 자신의 잘못과 처신으로 일어난 참극으로 받아들이고 선의를 베푼 삼성에도 죄스러운 마음을 금치 못하고 있다… 특검에서는 강압에 의해 진술을 거부했지만, 법정에서는 사실을 모두 말씀드릴 것이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등으로부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구조 개편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 대가로 433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은 최씨의 딸 정유라(21)씨 승마 지원으로 삼성전자가 최씨의 독일 현지법인 비덱스포츠(옛 코레스포츠)와 맺은 용역 계약 213억원 상당을 비롯해 한국동계영재센터 후원금 16억2800만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을 모두 뇌물로 판단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