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양념’ 다른 맛… 문재인 “꿀맛” 박지원·박영선 “쓴맛”

입력 2017-04-04 13:06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지난 3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뒤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가운데는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 오른쪽은 민주당 박영선 의원. 국민일보 DB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양념 발언’을 놓고 대권 경쟁진영의 수장들은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양념이 과하면 음식 맛을 버린다”고 경고했고,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들켜버린 내면의 속살”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4일 페이스북에 “문 후보가 문자메시지 및 18원 후원금 폭탄을 가리켜 ‘경쟁을 흥미롭게 만드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했다. 무심코 연못으로 던진 돌멩이에 맞은 개구리는 죽는다”며 “이런 생각은 안 된다. 상처받은 사람들을 포용하라”고 적었다.

문 후보는 전날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당내 경선 승리를 확정한 뒤 방송 인터뷰를 하며 지지자들의 문자메시지 및 18원 후원금 폭탄을 언급했다. 그는 “치열하게 경쟁하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경쟁을 더 흥미롭게 만드는 양념 같은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런 치열한 경선을 거친 뒤 어떻게 승복하고 하나가 되느냐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당내 ‘비문(비문재인)계’ 인사나 대선 경쟁자를 향한 지지자들의 화력시위를 ‘경쟁의 묘미’ 정도로 묘사한 발언이었다. 한때 정치적 동반자였지만 지금은 대권 경쟁진영의 수장으로 돌아선 박 대표와 박 의원이 문 후보의 ‘양념’ 발언을 비판한 이유다.

안희정 충남지사 캠프에서 의원멘토단장을 지낸 박 의원도 문 후보의 ‘양념 발언’을 지적했다. 안 지사는 경선에서 누적 득표율 21.5%로, 문 후보(57.0%)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한때 문 후보의 턱밑까지 추격했지만 ‘대연정론’과 ‘선의 발언’ 이후 반격을 당하면서 대선 본선 진출은 좌절됐다.

박 의원은 페이스북에 “양념이라는 단어의 가벼움이 주는 그 한마디는 어쩌면 내면에서 들켜버린 속살인지도 모른다. 이 단어는 상처받은 사람에게 소금을 뿌리는 것과 같다”며 “실수(실언)라고 하기에는 그 가벼움의 내면이, 지나온 세월에서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고 했다.

이어 “이글을 올리면 또 수많은 공격이 (나에게) 날아올 것이다. 이것은 승복의 문제와 별개의 것”이라며 “악성댓글과 문자폭탄을 적폐청산의 대상으로 생각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반론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밝힌다”고 설명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