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양념 발언’을 놓고 대권 경쟁진영의 수장들은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양념이 과하면 음식 맛을 버린다”고 경고했고,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들켜버린 내면의 속살”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4일 페이스북에 “문 후보가 문자메시지 및 18원 후원금 폭탄을 가리켜 ‘경쟁을 흥미롭게 만드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했다. 무심코 연못으로 던진 돌멩이에 맞은 개구리는 죽는다”며 “이런 생각은 안 된다. 상처받은 사람들을 포용하라”고 적었다.
문 후보는 전날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당내 경선 승리를 확정한 뒤 방송 인터뷰를 하며 지지자들의 문자메시지 및 18원 후원금 폭탄을 언급했다. 그는 “치열하게 경쟁하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경쟁을 더 흥미롭게 만드는 양념 같은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런 치열한 경선을 거친 뒤 어떻게 승복하고 하나가 되느냐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당내 ‘비문(비문재인)계’ 인사나 대선 경쟁자를 향한 지지자들의 화력시위를 ‘경쟁의 묘미’ 정도로 묘사한 발언이었다. 한때 정치적 동반자였지만 지금은 대권 경쟁진영의 수장으로 돌아선 박 대표와 박 의원이 문 후보의 ‘양념’ 발언을 비판한 이유다.
안희정 충남지사 캠프에서 의원멘토단장을 지낸 박 의원도 문 후보의 ‘양념 발언’을 지적했다. 안 지사는 경선에서 누적 득표율 21.5%로, 문 후보(57.0%)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한때 문 후보의 턱밑까지 추격했지만 ‘대연정론’과 ‘선의 발언’ 이후 반격을 당하면서 대선 본선 진출은 좌절됐다.
박 의원은 페이스북에 “양념이라는 단어의 가벼움이 주는 그 한마디는 어쩌면 내면에서 들켜버린 속살인지도 모른다. 이 단어는 상처받은 사람에게 소금을 뿌리는 것과 같다”며 “실수(실언)라고 하기에는 그 가벼움의 내면이, 지나온 세월에서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고 했다.
이어 “이글을 올리면 또 수많은 공격이 (나에게) 날아올 것이다. 이것은 승복의 문제와 별개의 것”이라며 “악성댓글과 문자폭탄을 적폐청산의 대상으로 생각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반론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밝힌다”고 설명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