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대선후보로 선출되고 첫 번째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소만 참배했던 5년 전과 다르게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의 묘역에서 고개를 숙였다.
문 후보는 4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안규백 사무총장, 전해철·김병관·양향자 최고위원과 함께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았다. 문 후보는 현충탑에 참배한 뒤 방명록에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라고 적었다.
문 후보는 2012년 대선에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뒤에도 첫 번째 방문지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선택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소와 제2 참전용사 묘역만 참배했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 참배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서 분열의 골이 깊어진 국론을 통합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문 후보는 참배를 마치고 “대한민국 역사에 굴곡이 많았다. 역대 대통령은 공과가 있었다. 모두 우리가 안아야 할 역사다. 공과도 우리가 뛰어넘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다만 “처음이 아니다. 당대표로 선출됐을 때도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문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로 선출됐던 2015년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았다.
문 후보는 “대한민국은 아주 빠른 성장의 그늘에 많은 적폐를 만들었다. 국민은 적폐의 생생한 민낯을 봤다. 반칙, 특권, 부정부패, 정경유착, 국가 권력의 사유화 같은 공정하지 못하고 정의롭지 못한 모습”이라며 “이제 우리는 공정과 정의의 토대 위에서 정의로운 국민통합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전직 대통령 참배를 마치고 학도의용군 무명용사 탑에 봉헌했다. 그는 “대한민국을 지킨 상징과 같은 분들”이라며 “우리가 나라를 위해 한 몸을 헌신하고 희생한 분들을 제대로 기리는 것이 진정한 보훈이고 안보의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