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거주 콜롬비아인 ‘한국인의 인종차별’에 충고

입력 2017-04-04 09:46
한국인을 도우려 하다가 오히려 인종차별 수모를 겪은 한 외국인이 “한국인을 도우려 하지마라”며 충고의 글을 남겨 파문이 일고 있다.

콜롬비아 국적의 레오 멘도자(43)씨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외국인들에게 알림, 경찰에 체포되는 것을 피하도록 경고함!’이라는 글을 올렸다.

2001년부터 부산에 살고 있는 멘도자씨는 4일 최근 한 마트에서 일어난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한국인 아내와 지난달 30일 부산 수영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쇼핑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가다 다른 차량 앞에서 위험하게 뛰어다니는 남자아이(5)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한국어가 서툰 멘도자씨는 이 아이의 어머니에게 영어로 “어린이를 제대로 보호하지 않으면 어떡하느냐”라고 충고했다.

그러자 아이의 할아버지 A씨(60)씨가 욕설을 하면서 멘도자씨를 바닥에 넘어뜨리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멘도자씨의 아내가 이 장면을 스마트폰으로 찍기 시작하자 아이의 어머니는 전화를 빼앗기도 했다. 마트 직원이 싸움을 말렸지만 A씨는 계속 욕설을 했다. 멘도자씨의 아내는 결국 경찰에 신고를 했다.

이들은 현장에서 연행돼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조사과정에서 인종차별적인 욕설이 오갔다. 멘도자씨 부부는 경찰에게 “인종차별적 언행을 자제하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경찰은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상황은 A씨 측에서 사과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 부부는 이후 페이스북에 “한국에서 타인의 삶에 개입하거나 타인을 도와주려고 하지 말라”고 외국인들에게 충고의 글을 올렸다. 멘도자씨의 아내는 “만연돼 있거나 무감각하게 받아들여지는 한국 사회의 인종 차별과 외국인에 대한 편견을 보여주는 작은 사건이었다”며 “한국에서 인종에 대한 차별이나 편견이 없어질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