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네티즌이 3일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와 휴대전화 통화로 짧은 설전을 벌였다는 후기를 인터넷에 공개했다. 박지원 대표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언급한 전날의 '트위터 실수'를 지적한 네티즌과 같은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또 다른 네티즌이 항의 차원에서 벌인 일로 보인다. 공적인 자리뿐 아니라 소셜미디어에서도 끊임없이 문재인 예비후보만 겨냥하는 박지원 대표를 향한 '문재인 지지자'의 온라인 반격이 시작된 셈이다.
진보성향 커뮤니티 딴지일보의 한 회원은 3일 박지원 대표와 직접 통화한 후기라며 당시 대화를 공개했다. 그는 녹취 파일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 네티즌은 자신을 시민이라고 밝힌 후 박지원 대표에게 '총리가 그렇게 하고 싶냐'는 질문을 던졌다고 했다. 최근 그가 같은당 대선후보 선출이 확정적인 안철수 예비후보를 지원하는 것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비꼰 것이다.
그런 말을 들은 박지원 대표는 '말조심하라'는 경고를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고 이 네티즌은 전했다. 이 네티즌이 박지원 대표와 어떻게 연락이 닿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진 않았다. 지난해 12월 대통령 탄핵 찬반 명단과 함께 박지원 대표를 포함한 국회의원의 전화번호가 공개된 적이 있다.
박지원 대표는 전날 안철수 후보에게 유리한 내용을 담은 출처 불명 여론조사 결과를 트위터에 올렸다가 딴지일보의 또 다른 회원으로부터 선거법 위반 신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2.9%포인트 차로 꺾었다는 내용이었다. 박지원 대표는 '미공개된 가장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 기관'이라고만 설명했다.
'3월 31일 자 미공개된 가장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 기관의 자료에 의하면 안철수 후보 45.9% 문재인 후보 43.0%로 2.9%p 오차범위 안에서 처음으로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역전했다. 흐름이 좋다.' (박지원 대표 트위터)
이후 한 딴지일보 회원이 박지원 대표의 트위터 글은 '여론조사기관, 의뢰기관 미기재'로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를 신고한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화면 캡처를 공개했다. 이즈음 박지원 대표는 해당 글을 트위터에서 삭제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거나 인용하려면 조사의뢰자와 선거여론조사기관, 조사일시 등을 반드시 밝혀야 하지만 박지원 대표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박지원 대표는 해당 트위터 글이 선거법 위반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해명했다.
3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박지원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 직후 취재진에게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은 괜찮을 줄 알았지만,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당직자 연락을 받고 바로 삭제했다. "법 위반이라면 위반된 대로 달게 받으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 아들도 없지만 그렇게 변명하지 않는다"며 "있는 건 있는 대로 달게 받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해명과 별다른 연관관계가 없어 보였지만, 말끝에 문재인 후보를 끌어와 언급했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박지원 대표가 선거법을 위반하며 올린 여론조사 결과는 물론, 최근 문재인 후보만 저격하는 것에 대한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문재인 후보 지지자를 중심으로 나오는 의견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트위터에 '문모닝, 문애프터눈, 문이브닝, 문나잇'이라며 문재인 후보만 비판하는 박지원 대표의 행태를 지적했다.
아침, 점심, 저녁을 뜻하는 영어단어에 문재인 후보의 '문'자를 따서 합성한 이 말은 이른바 '반문연대' '비문연대' 등이 문재인 후보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것을 비꼬는 말이다.
박지원 대표가 3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문재인 아들이 공공기관에 특혜채용을 했다는 근거가 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앵커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 "앵커가 문재인 후보를 두둔한다"는 말을 했다는 것을 캡처한 대화록도 퍼지고 있다.
박지원 대표는 3일 오후 늦게 전날 선거법 위반 소지로 삭제했던 트위터 글과 거의 유사한 여론조사를 올렸다. 양자대결 시 안철수 후보가 7.2%포인트로 차이로 문재인 후보를 넘어섰다는 내일신문의 보도였다.
'내일신문 오늘자 3일 보도! ●양자대결에서 안철수 43.6% 문재인 36.4%로 7.2%p 우세입니다. ●5자대결 문 33.7 안 27.3 홍 8.3 유 3.2 심 3.0 ●3자대결 문 36.6...' (박지원 대표 트위터)
문재인 후보는 3일 저녁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공식 확정됐다.
이런 결과에 박지원 대표는 문재인 후보를 축하하는 글을 트위터에 남겼다. 그러면서 '확정'을 '확저'라고 잘못 썼다가, 이를 정정하기도 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