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을 앓고 있는 심규휘(15)군이 빨간 마후라를 매고 공군 전투기 조종대대 명예대원이 됐다. 공군은 3일 심군을 대구 제11전투비행단(11전비) 제110전투비행대대로 초청해 전투조종사 체험을 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을 앓고 있는 심군은 공군이 운용하는 전투기 종류와 제원을 꿰고 있는 '전투기 마니아'로 공군전투기 조종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가족과 함께 110대대에 도착한 심 군은 자기 이름표가 붙은 공군 조종복을 입고 부대원들 앞에서 대대장으로부터 빨간 마후라와 명예 대대원 임명장을 받았다. 투병 중인 심 군은 실제 비행을 하지는 못했지만, F-15K 전투기에 탑승해 조종사가 된 기분을 느꼈다. 전투기 시뮬레이터에서는 직접 조종간을 움직이며 이륙부터 착륙까지 모의 비행을 했다.
심 군은 “멋있다”를 연발하며 “조종사들을 만나 이야기해보고 F-15K 전투기도 직접 타보니 얼른 나아 전투조종사가 돼 멋지게 하늘을 날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심 군의 조종사 체험은 난치병 어린이의 소원을 들어주는 단체인 한국 ‘메이크 어 위시(Make A Wish)’ 재단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공군은 심 군의 꿈을 키워주고자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
심 군은 당초 작년 말 조종사 체험을 할 예정이었지만, 항암 치료 중 건강이 악화돼 행사를 미뤘다. 11전비 조종사와 정비사들은 심 군을 응원하는 영상을 만들어 전달했다. 110대대장 소윤영 중령은 “심 군이 오늘 체험으로 용기를 얻어 씩씩하게 병마를 이겨냈으면 좋겠다”며 “대한민국을 지키는 전투조종사가 돼 다시 만나는 그 날을 기다리겠다”고 격려했다.
공군은 2012년에도 난치병을 앓던 이강일(당시 6세) 군을 위해 F-15K 탑승 체험 행사를 한 바 있다. 이 군은 건강이 빠르게 회복 2014년 완치 판정을 받았고 지금은 초등학교 5학년이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