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 이야기17] 우병우 수사 보도에 불만 표출한 검찰, “아무것도 안하다니…”

입력 2017-04-03 16:48 수정 2017-04-03 18:28
3일 오전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올케인 서향희 변호사가 박 전 대통령과 면회를 마친 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오늘(3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지지부진한 수사를 지적하는 언론에 강도 높은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특수본의 오후 브리핑 도중 취재진과 일문일답을 진행하다 언론 보도에 대한 섭섭함과 불쾌감을 드러낸 것입니다. 최근 언론이 ‘수사가 너무 굼떠 검찰의 행보가 우려스럽다’ ‘박근혜 전 대통령보다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가 더 어려운 모양이다’ ‘검찰 수뇌부가 우병우 라인이고 조직의 치부를 드러내야 해서 처벌이 쉽지 않을 것이다’ ‘특수본의 수사 의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등의 보도와 사설로 검찰을 비판하자 좀 화가 난 모습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검찰의 업보입니다. 언론을 탓하기에 앞서 검찰은 제 살을 도려낸다는 각오로 국민적 불신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특수본은 오직 수사로 말해야 할 것입니다. 우 전 수석을 곧 소환한다고 하니 그를 둘러싼 모든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면 됩니다. 그래야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구속 수감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구치소 출장 조사를 하루 앞둔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시스

# “우병우 소환날짜 내일 통보”=특수본 공보관인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오후 브리핑에서 우 전 수석에 대해 내일(4일) 소환을 통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소환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일시를 서로 협의해서 정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언론에 대해 한마디 하고 싶다면서 섭섭함을 표시했습니다. 핵심은 이것입니다. 특수본은 수사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언론이 취재도 제대로 하지 않아 내용도 모르면서 이러쿵저러쿵한다는 겁니다. 우 전 수석 혐의와 관련해서 언론이 모르는 내용도 많다고 합니다. 그 말은 맞을 겁니다. 언론이 취재한다고 깊숙한 수사 상황을 알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검찰이 극비리에 진행하는 수사 내용을 알려주지도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언론과 검찰의 신뢰가 중요합니다. 그 첫걸음은 좌고우면하지 않는 검찰의 모습일 겁니다. 일문일답을 들어보죠.

Q. 우 전 수석 수사 관련해 민정수석실이 미르·케이스포츠재단 법적 대응 문건 만들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인가.
A. 무슨 내용의 수사를 하는지 등은 지금 단계에서 말씀드리기 어렵다.

Q.-우 전 수석 소환 일정 조율됐나.
A. 오늘 뭐 소환 조사하는 사람 있다. 조만간 할 예정이다.

Q. 오늘 소환은 우 전 수석 관련 소환자?
A. 예. (우 전 수석에게) 내일쯤 출석 통보를 해서 (소환) 할까 싶은데 아직 날짜 정해지지 않았다. 우 전 수석 관련해서 한마디 하고 싶다. 언론에 섭섭하다면 섭섭한…. 우 전 수석 보도가 나오는데, 취재도 안 된 상황에서 이러쿵저러쿵 언론이 보도를 하는지 모르겠다. 마치 검찰이 아무것도 안한 것처럼. 지금까지 특검에서 넘어온 뒤 46명을 조사했다. 그런 거 취재도 없이 (지적)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언론에서 수사 지휘하듯 보도를 하던데 저희가 볼 땐 기분이 좋진 않은 상황이다.

Q. 우 전 수석 관련해서만 46명?
A. 그렇다.

Q. 46명이나 불렀는데 그전 혐의를 재확인하는 것인가? 아니면 추가로 포착한 것인가?
A. 혐의 내용 말씀드릴 순 없다. 혐의 내용은 여러 가지인데 여러 혐의에 대해 지금까지 강도 높게 조사를 해왔다. 여러분들 관심 없었다(그간 언론이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만 관심 있었다는 얘기인 듯). 거기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저희로썬 솔직히 기분이 좋진 않다.

Q. 우 전 수석 아들은 왔나?
A. 안 온 거 같다. 제가 기억하기론.

검찰의 박근혜 전 대통령 조사를 하루 앞둔 3일 오후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 정문에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뉴시스

# 최순실은 수감 중에도 박근혜 덕 보나?=특수본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서울구치소 출장 조사에 대해서도 설명했습니다. 내일 오전 10시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 한웅재 부장검사가 구치소에 도착해 조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사 종료 시점은 지금으로선 가늠하기 어렵다고 하는군요. 한 부장검사는 지난달 21일 박 전 대통령 소환 때 장시간 대면조사를 한 바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과 공범인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서울구치소에 함께 수감돼 있는 것과 관련, 검찰은 최씨를 서울남부구치소로 이감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두 사람의 접촉 가능성을 차단하는 과정에서 구치소 직원들의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울러 두 사람 간 대질신문은 아직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검찰이 이 정도 얘기했으니 조만간 최씨는 서울남부구치소로 옮겨갈 겁니다. 서울남부구치소는 최신식 시설로 새로 지어져 서울구치소보다 수감 환경이 훨씬 좋다고 합니다. 최씨는 수감 중에도 박 전 대통령 덕을 보게 되겠군요. 참 묘한 인연입니다.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