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는 어지럽고 사는 건 팍팍하다. 드라마라도 그저 유쾌하게 즐기고 싶어지는 게 당연하다. KBS 2TV ‘김과장’이 큰 사랑을 받은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김과장’ 후속으로 오는 5일 첫 방송되는 ‘추리의 여왕’ 역시 통쾌한 웃음과 잔잔한 감동을 장전했다.
‘추리의 여왕’은 사건 추리를 즐기는 주부 유설옥(최강희)과 마약반 베테랑 형사 하완승(권상우)이 공조 파트너로 거듭나며 상처받은 이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이야기다. 권상우는 ‘유혹’(SBS·2014) 이후 3년 만, 최강희는 ‘화려한 유혹’(MBC·2016) 이후 1년 만에 선보이는 안방극장 복귀작이다.
3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권상우는 “사실 드라마 현장이 편하지만은 않다. 그런데 ‘추리의 여왕’ 현장은 나올 때마다 설렌다”며 “데뷔 이래 ‘내가 이렇게 즐겁게 현장에 나온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재미있게 촬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드라마에서는 철저히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자처했다. 권상우는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추리의 여왕’이 가장 빛나야 하는 드라마”라면서 “저를 비롯한 모든 배우들이 진심으로 최강희씨의 역할이 빛나도록 서포트하는 마음으로 작품에 임했다”고 전했다.
이어 “최강희와 극 중 캐릭터의 싱크로율은 100%”라면서 “8년차 주부인 설옥 캐릭터를 정말 아줌마 같은 이미지의 배우가 연기했으면 재미없었을 거다. 최강희의 사춘기 소녀 같은 느낌이 대사나 표정에 묻어나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 같다”고 평했다.
최강희는 “권상우씨 말처럼 현장에서 다른 배우들이 저의 부족함을 매워주는 건 물론 그 이상으로 넘치게 서포트를 해주시다”며 “대본을 볼 때 느꼈던 부담감이 불필요해질 만큼 현장에 가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발견되는 재미가 있더라”고 흡족해했다.
“‘추리의 여왕’은 내게 선물 같은 작품”이라는 최강희는 “여타 드라마들처럼 후반부에 흐지부지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며 “이 참신한 작품을 잘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전작 ‘화려한 유혹’을 할 때는 남의 옷을 입은 것처럼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내 집에 온 것처럼 편안한 느낌이 든다”고 고백했다.
권상우와 최강희는 ‘신화’(SBS·2001) 이후 16년 만에 재회했다. 권상우는 “그때 저는 신인이었고 최강희씨는 이미 작품 경험이 많은 배우였기 때문에 신기하게 바라봤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이에 최강희는 “당시 권상우씨가 대기실에서 인터넷을 하면서 ‘지금 최강희씨 팬클럽 가입하려 한다’고 말했었다. 그때 가입하셨느냐”고 물어 웃음을 자아냈다.
두 사람 외에도 탄탄한 출연진이 갖춰졌다. 이원근 신현빈 박병은 김민재 안길강 양익준 김현숙 등 개성 뚜렷한 연기파 배우들이 탄탄한 라인업을 완성했다.
특히 신예 이원근은 경찰대를 갓 졸업한 파릇파릇한 신출내기 파출소장인 홍소장 역을 맡았다. 완승에게 무시당하는 설옥을 물밑에서 도와주는 인물이다. 영화 ‘공조’에서 눈도장을 찍은 신현빈은 완승과의 결혼에 집착하는 대형로펌 변호사 정지원 역을 소화한다.
이원근은 “‘추리의 여왕’은 저에게 감사한 작품”이라면서 “모두가 감사함을 가질 수 있는 작품이었으면 좋겠고, 또한 그 감사함을 베풀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굿 와이프’(tvN·2016)에서 전도연, 영화 ‘여교사’(2017)에서 김하늘과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는 그는 “최강희 선배님과 같이 있으면 좋은 기운을 얻는 것 같다. 모든 스태프에게 웃으면서 친근하게 대해주신다. 다른 선배님들도 현장을 재미있게 이끌어주신다”고 감탄했다.
신현빈은 “좋은 작가님과 감독님이 써주신 대본으로 즐겁게 촬영하고 있다”면서 “처음에는 권상우 선배님을 대하기 어려울까봐 걱정했는데 너무 편안하게 해주신다. 촬영장이 즐겁다는 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시청률 20%에 육박했던 ‘김과장’의 후속작이기에 후광을 기대해볼 만하다. 연출을 맡은 김진우 PD는 “개인적으로 (드라마 성적에 대한) 긴장이나 부담은 없다”며 “경쟁작을 신경 쓰기보다는 배우와 스태프들의 좋은 현장 분위기가 끝까지 연결돼 모두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했다.
김 PD의 겸손한 말이 무색하게도 권상우는 “사실 ‘김과장’이 잘 돼서 감독님도 굉장히 좋아하고 있다. 아무래도 덕 보는 게 있지 않을까”라고 솔직한 털어놨다. 하지만 “우리는 ‘추리의 여왕’이라는 작품 자체에 대한 자신이 있기 때문에 (부담은 없다). 우리가 잘 돼서 ‘김상무’ 혹은 ‘김사장’으로 승진하고 싶다고”고 덧붙였다.
김 PD는 “우리 드라마는 ‘아끼는 장난감’ 같은 느낌이었으면 좋겠다”면서 “볼 때마다 기분이 벅차오르거나 행복해질 수 있길 바란다. 그래서 힘주지 않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 일상이 돋보이는 추리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는 게 주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드라마는 기존 추리물과는 분명히 차별화되는 것 같아요. 소재가 세고 어둡고 잔인한 드라마가 많지만 우리는 작은 사건부터 시작해 점점 스케일이 커지죠. 그 안에서 다뤄지는 인물간의 교감이 매우 따뜻하고 깊습니다.”(권상우)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