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 방면으로 서울 올림픽대로를 달리다 여의도로 들어가는 길은 늘 막힌다. 특히 출근시간에는 차들이 길게 늘어서서 거북이걸음을 하기 일쑤다. 이 구간을 다녀본 운전자라면 그 줄에 서 있다가 ‘치명적인 유혹’에 시달려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옆 차로로 빠져나가 단숨에 진출로까지 가서 살짝 끼어들면….’ 이런 생각이 들 때쯤이면 어김없이 내 뒤에 있던 차가 옆 차로를 질주하는 모습이 보이곤 한다. 그 차는 또 어김없이 저 앞의 진출로 입구에서 절묘한 ‘끼어들기’를 구현해낸다.
이쯤 되면 유혹은 갈등을 넘어 번뇌로 바뀌고 만다. ‘나도 끼어들 것인가, 말 것인가.’ 서울의 도로 사정은 준법시민을 양산하기에 결코 유리하지 않지만, 준법정신이 부족해 교통 체증이 더 심각해진다는 말도 틀리지 않다.
‘끼어들 것인가, 말 것인가’의 고민이 깨끗이 사라지는 놀라운 순간은 택시를 타고 있을 때 찾아온다. 택시 뒷좌석에 앉아 이 구간을 지날 때 드는 생각은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①‘기사님, 역시!’ ②‘어, 이 기사님 왜 이러지…’
①은 내가 탄 택시가 옆 차로로 빠져나가 진출로를 향해 질주할 때, ②는 그럴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그냥 긴 줄을 따라 엉금엉금 갈 때 드는 생각이다. 둘 다 ‘내가 탄 택시가 끼어들기를 하면 좋겠다’는 심리에서 비롯된다.
운전석에 앉아 ‘법규를 지킬 것인가, 빨리 갈 것인가’ 고민하다 택시 뒷좌석에 앉으면 ‘당연히 빨리 가야지’ 하게 되는 까닭은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빨리 가서 좋은 건 나지만, 법규를 어기는 건 내가 아니다!
금방 떠오르진 않는데, 이런 심리를 연구한 학자와 전문용어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아무튼 다년간 이 구간을 택시로 다녀본 결과 ‘기사님, 역시!’ 할 때가 훨씬 많았다. 우리나라 택시기사들은 승객의 심리를 꿰뚫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주 자연스럽게 끼어들기에 성공했던 한 기사는 이런 말을 했다. “택시로 먹고살기 어려운 걸 다들 아시니까 (다른 운전자들이) 이해해주세요.” 이 말은 무척 당혹스러웠다. ‘나는 운전하면서 그렇게 이해해준 적 없는데, 택시가 끼어들면 화가 나던데….’
‘운전석과 뒷좌석의 간극’이어 도로에서 누구나 느낄 만한 ‘택시 심리학’ 두 번째 챕터는 그의 말이 잘 설명해주고 있다. 같은 도로를 다니지만 택시기사의 생각과 자가용 운전자의 생각은 너무도 다르다. 이런 생각의 차이가 줄어들어야 우리나라 도로도 조금 더 편안해질 수 있을 듯….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