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명칭 '진도항'인데…세상서 가장 슬픈 항구 '팽목항'

입력 2017-04-02 08:23

'팽목항'이란 이름은 나무에서 유래됐다. 이 바닷가 마을에 팽목구미라는 나무가 많았고, 팽목리에 속한 도리섬에는 팽나무가 많았다. 어느 쪽이 진짜 유래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어쨌든 팽목(彭木)이란 항구 이름는 나무를 보고 지은 것이다.

팽목항은 2013년 2월 남해안권 발전 종합계획 선도사업 지역으로 선정됐다. 전남 진도군은 타지인들에게 낯선 이름인 '팽목'을 많이 알려진 '진도'로 바꿨다. 팽목항의 공식 명칭은 이 때부터 '진도항'이 됐다. 방파제 옆에는 '진도항'이라고 적힌 안내판까지 설치돼 있다.

이듬해 4월 16일 세월훠 참사가 벌어졌다. 탑승객 476명 중 구조된 172명이 당시 '진도항'을 거쳐 진도체육관으로 이동했다. 해경, 소방본부, 진도 주민들은 승선자들이 거쳐가는 항구 이름을 여전히 익숙한 '팽목항'이라 불렀고, 언론을 통해 이 이름으로 전국에 알려졌다. 

진도군이 뒤늦게 "팽목항이 아니라 진도항"이라고 바로 잡았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팽목항'으로 각인돼버렸다. 희생자 시신도 먼저 이 곳으로 왔다. 시신을 확인하기 위한 희생자 가족, 수습본부, 취재진, 자원봉사자 등이 항구에 몰려들었다.

온 국민의 눈과 귀도 팽목항에 쏠렸다. 거대한 비극의 현장에는 '공식 명칭'따위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온 295명의 가족들은 목 놓아 오열하다 팽목항을 떠났다. 미수습자 9명의 가족은 팽목항을 1080일 동안 지켰다. 팽목항에선 "9명 모두 집으로 돌아가자"는 간절한 기도가 이어졌고, 지난 3년의 기억과 기록이 조형물과 노란 리본 등으로 새겨졌다.

팽목항은 세월호의 아픔을 상징하는 대명사가 됐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항구' '통곡의 항구' 등 많은 이름이 붙여졌다. 팽목항은 이제 공식 명칭인 진도항을 넘어 국민의 가슴에 새겨진 이름이 됐다. 단순히 항구를 뜻하는 지명이 아니라 비극적인 한 시대를 대표하는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