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세 초등생 살해' 16세 소녀 포승줄 묶인채 법원으로

입력 2017-03-31 15:18 수정 2017-03-31 15:41
8세 초등학교 여학생을 유인해 승강기를 타고 집으로 가는 16세 소녀. 인천지방경찰청 제공

“아무런 기억이 안 난다”는 16세 소녀는 검은색 외투에 회색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걸어나왔다. 얼굴은 모자와 마스크로 가리고 두 손은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묶여 있었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초등학교 2학년 여학생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A양은는 31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 유치장을 나섰다. 법원으로 가는 호송차를 타러 가기까지 범행 동기와 심정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전날 살인 및 사체 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A양은 인천지법으로 향했다.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A양의 구속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A양은 경찰 조사에서 “죽인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횡설수설했다. 함께 동석해 조사를 받은 A양 어머니는 “딸이 정신병력이 있다”고 말했다. A양은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었지만 학교 부적응으로 고등학교를 자퇴했고, 7년간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가 자백을 했지만 사건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A양은 여학생의 사체를 쓰레기봉투 2개에 나눠 담아 16층 아파트 옥상의 물탱크 부근에 유기했다. 유기 장소는 4~5m가량 사다리를 타고 올라야 하는 곳이다. 사체를 혼자 옮기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숨진 여학생의 정확한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 A양을 상대로 사체 유기 과정에 등에 대해 면밀히 조사하기로 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