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 이야기14] 박근혜, 수의 안 입는 검찰청 대기…구속 여부 기다려

입력 2017-03-30 20:02 수정 2017-03-30 20:08
30일 저녁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 차량에 탑승해 인근 서울중앙지검 10층에 마련된 임시유치시설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오늘(30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박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판사의 심리로 열린 영장심사에 출석해 혐의사실에 대해 항변했습니다. 영장심사 후에는 서울중앙지법 바로 옆에 위치한 서울중앙지검 10층 조사실(임시유치시설)에 인치됐습니다. 법원이 경호 문제를 감안해 동선이 긴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가 아닌 인근 검찰청을 인치 장소(피의자 대기 장소)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거기서 강 판사의 구속 여부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대기하는 것입니다. 결과는 31일 새벽에 나올 겁니다.

다행히 대기 장소가 검찰청이라서 박 전 대통령이 수의(囚衣)로 갈아입는 신세는 면했습니다. 인치 장소가 서울구치소였다면 신체검사를 거쳐 수의로 환복하고 독방에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때 서울구치소에서 그런 절차를 거쳤습니다. 이 부회장은 영장이 발부되고 우 전 수석은 영장이 기각돼 다른 운명을 맞았지만 말이죠. 그런데 검찰청은 구치감이든 조사실이든 청사 내 유치시설이라면 수의로 갈아입을 필요가 없습니다. 일반 사복 차림 그대로 대기하면 됩니다. 물론 몇 시간 뒤에 구속이 결정된다면 서울구치소로 이송돼 수의를 입고 수감되는 것을 피할 순 없죠. 반대의 경우에는 유유히 자택으로 귀가하면 되고요.

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박 전 대통령 영장심사는 역대 최장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웠습니다. 321호 법정에서 진행됐는데 무려 8시간40분이나 걸렸습니다. 지난달 16일 7시간30분 걸린 이재용 부회장의 영장심사 시간 신기록을 깨뜨린 것입니다. 예상됐던 것이긴 합니다. 5가지 혐의를 받았던 이 부회장과 비교할 때 뇌물수수·직권남용 등 13가지에 달하는 박 전 대통령의 혐의사실이 워낙 많기 때문이죠. 각 혐의의 쟁점마다 검찰과 변호인 측이 첨예하게 맞서 심문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검찰 측에서는 박 전 대통령 대면조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 한웅재 부장검사와 특수1부 이원석 부장검사 등이, 박 전 대통령 측에서는 유영하 채명성 변호사 등이 나와 격론을 벌였습니다. 피의자석에 앉은 박 전 대통령도 직접 결백을 호소했습니다.

영장심사 도중 두 차례 휴정도 했습니다. 강 판사는 오전 10시30분부터 영장심사를 진행하다 2시간30여분 만인 오후 1시6분쯤 첫 번째 휴정을 선언했습니다. 심사가 장시간 이뤄질 것으로 보고 이례적으로 점심식사 시간을 준 것입니다. 휴정시간에 박 전 대통령 측은 법정 옆 변호인 대기실에서 김밥 도시락 등으로 점심을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죠. 휴정 때 취재진과 만난 채명성 변호사는 “(심문 진행을) 아직 반도 못했다”고 전했죠. 심사는 오후 2시7분 재개됐습니다. 검찰과 변호인 측의 불꽃 튀는 공방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강 판사는 오후 4시20분에 두 번째 휴정을 선언했죠. 두 차례 휴정도 진기록입니다. 이재용 부회장 영장심사 때는 한 차례 휴정한 바 있습니다. 15분간 휴정하고 4시35분부터 다시 심문이 이뤄졌습니다. 검찰과 변호인 측의 격렬한 공방이 계속됐죠. 이 같은 혈투 끝에 마라톤 영장심사는 저녁 7시10분쯤에야 종료됐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영장심사가 끝난 뒤 검찰 차량에 탑승해 서울중앙지검 유치장소로 이동했습니다. 오전 법원에 출석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침묵 모드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결과만 남았습니다. 이 부회장의 영장이 발부됐을 때 시간은 다음날 오전 5시35분쯤이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 결정은 언제 나올까요. 그리고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갈까요, 서울구치소에 수감될까요. 그 운명의 시계가 돌아가고 있습니다.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