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교육 시스템으로는 ‘국가대표를 하지마라, 국가대표는 대학을 다니지 말라’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이재근 태릉선수촌장은 30일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내년 10월 통합 이전될 충북 진천선수촌 이전 추진 현황을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국가대표 300여명 중 대학생 선수가 90여명 있다. 과연 이 선수들이 진천으로 갔을 때 등하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할 지가 고민”이라며 이 문제가 통합 진천선수촌에 당면한 최대 현안이라고 말했다. 선수촌이 진천으로 이전할 경우 서울과 수도권 소재 학교에 다니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학교 수업과 등하교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엄격해진 학사관리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정유라 사태’ 이후 학생 선수가 훈련이나 대회에 참가하면 출석을 인정해주는 관행도 이제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 촌장은 “학사관리가 법으로 정해져 재량이 전혀 없다”며 “국제대회에 나갔을 때 출석한 것으로 이전까지 인정했는데 지금은 그게 아예 안 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이 촌장은 진천선수촌에 별도의 학습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는 “국제대회에 갔다 와서 과목 별로 이수할 수 있고 영상으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강의실을 만들 것”이라고 소개했다. 다만 선수들의 소속 학교와 학과, 과목이 다를 때는 강의실을 어떻게 배정할 지에 대한 방안은 마련되지 않아 고민이라고 했다. 또 교육부가 영상 수업을 인정해 줄지도 미지수라는 것이다.
이 촌장은 “아무리 고민해도 뾰족한 수가 안나온다”며 “교육부가 특례조항을 만들어 줘야 한다. 국회와 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가 다 모여서 의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촌장은 끝으로 “진천으로 이전하면 서울·수도권에서 구해왔던 훈련 파트너와 트레이너는 물론 조리사들의 수급도 어려워지고, 인력 단가도 크게 상승한다”며 “예산과 인력 확보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