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과 '강요'의 기묘한 동거… 검찰 최종 판단은?

입력 2017-03-30 16:36

검찰은 국정농단 수사의 정점인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까지도 삼성그룹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원의 성격을 명확히 결론짓지 못했다. 1기 특별수사본부가 적용한 직권남용·강요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판단한 뇌물 혐의가 204억원 범죄사실 안에 동거하고 있다. 법리적 문제와 수사·재판 전략상 필요, 여론 등 여러 요인들로 수사팀 내부에서도 의견 합치가 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1기 특수본은 삼성이 미르재단(125억원)과 K스포츠재단(79억원)에 낸 돈을 권력의 강요에 따른 결과물로 판단했다. 공익사업을 표방한 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구조인데다 기업들이 대가성을 완강히 부인하는 점 등도 감안됐다. 지난해 11월 20일 기소된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공소장에는 “대통령과 공모해 직권을 남용함과 동시에 이에 두려움을 느낀 피해 기업들이 금원을 출연하도록 했다”고 적혔다.

박영수 특검은 다른 길을 택했다. 재단 출연금 역시 뇌물 거래라는 큰 틀에서 접근, 204억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주고 받은 대가라는 새 결론을 도출했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간 뇌물수수 합의가 이뤄진 무대로는 2014년 9월과 2015년 7월, 지난해 2월에 있었던 3차례 비공개 독대가 지목됐다. 특검은 이 부회장을 재판에 넘기면서 “경영권 승계 및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등을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제3자인 미르·K스포츠재단에 뇌물을 공여했다”고 공소장에 밝혔다.

지금의 2기 특수본은 이 둘을 병렬 연결했다.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에 “피의자는 직권을 남용함과 동시에 이에 두려움을 느낀 이재용이 204억원을 출연하게 하는 ‘한편’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제3자인 재단들에 금원을 제공하게 했다”고 정리했다. 204억원이 강요의 결과물이면서 뇌물의 성격도 동시에 지닌다는 것이다. 

특검 수사 결과와 1기 특수본의 결론을 ‘한편’이라는 표현으로 봉합했다고 볼 수 있다. 전체 뇌물수수 규모(298억여원)의 70% 가까이 되는 두 재단 출연금은 검찰과 박 전 대통령 측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점이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은 30일 “검찰 주장 중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을 뇌물로 본 게 제일 문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 기소 단계에서 204억원의 성격을 더 명확하게 규정할 계획이다. 뇌물을 주된 혐의로 앞세우되 증거나 법리상 인정이 안 될 경우를 대비해 직권남용·강요를 후순위로 적어 넣을 거란 관측이 많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