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근혜 등에 업은 최태민, 군부대로 격리했다”

입력 2017-03-30 15:19 수정 2017-03-30 15:29

전두환 전 대통령이 10·26 사건 직후 최순실씨 아버지 최태민씨를 박정희 일가로부터 떼어내기 위해 전방 군부대에 격리 조치했다고 밝혔다. 30일 공개된 전두환 회고록 3권 ‘황야에 서다’에 이같은 내용이 담겼다.

10·26 이후 들어선 전두환 신군부가 최태민씨를 수사한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전 전 대통령이 이를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전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10·26 이후 박정희 대통령 시절 영애 근혜 양과 함께 구국봉사단, 새마음봉사단 등을 주도해왔던 최태민씨를 상당 시간 전방의 군부대에 격리시켜놓았다”고 했다.

그는 “(최씨가) 근혜 양을 등에 업고 많은 물의를 빚어낸 바 있고 그로 인해 생전의 박정희 대통령을 괴롭혀 온 사실은 이미 관계기관에서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다”며  “최씨가 더 이상 박정희 대통령 유족의 주변을 맴돌며 비행을 저지르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격리를 시켰다”고 설명했다.

전 전 대통령은 “처벌을 전제로 수사를 하지는 않았다”며 “최씨 행적을 캐다 보면 박정희 대통령과 그 유족의 명예에 큰 손상을 입히게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의 이러한 조치가 근혜 양의 뜻에는 맞지 않았을지 모른다”며 “그 뒤 최씨의 작용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박 전 대통령이) 구국봉사단 등의 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해왔지만 시대 상황에 비춰볼 때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전 전 대통령은 10·26 사건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진 ‘억대 자금’에 대해선 과거와 다른 증언을 했다.

전 전 대통령은 1996년 3월 열린 12·12사건 2차 공판에서 “10·26 관련 수사도중 청와대 사금고에서 9억여원이 발견돼 6억원은 유족 대표인 박근혜씨에게, 2억원은 정승화 당시 육참총장에게, 5000만원은 노재현 당시 국방장관에서 전달한 뒤 나머지 1억원은 수사비로 사용했다. 이후 박근혜씨가 ‘사건을 잘 수사해달라’며 3억원을 돌려줬다”고 진술했다.

박 전 대통령 역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07년 TV토론에서 “9억원을 받아 3억원을 수사격려금으로 돌려준 것이 아니라 6억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회고록에는 김계원 대통령 비서실장 방에서 발견된 9억5000만원 상당의 수표와 현금을 모두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적혀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던 자금이었다는 권숙정 비서실장 보좌관의 진술에 따른 결정이었다.

당시 합동수사본부장이었던 전 전 대통령은 “얼마 후 박근혜 씨가 10·26 진상을 철저히 밝혀달라는 부탁과 함께 내게 수사비에 보태달라며 3억5000만 원을 가져왔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DB

‘전두환 회고록’은 2000쪽에 달하며 ▲10·26사태 이후 대통령이 되기까지 과정을 담은 1권 ‘혼돈의 시대’ ▲대통령 재임 중 국정수행 내용을 서술한 2권 ‘청와대 시절’ ▲성장 과정과 군인 시절·대통령 퇴임 후 일들을 담은 3권 ‘황야에 서다’ 등 총 세 권으로 구성됐다.

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박정희 지우기’에 나서는 등 배신했다는 일각의 평가에 대해 “‘비판적 계승자’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배신했다는 것은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라고 강하게 부인하면서 오히려 유족을 예우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