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운명의 날을 맞았습니다. 오늘(30일) 사전 구속영장 청구에 따른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로 구속 여부가 판가름 납니다. 법원 결정은 내일(31일) 새벽에 나올 전망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영장심사 이후 별도의 장소에서 대기하면서 그때까지 초조한 심정으로 불면의 밤을 보낼 것입니다. 귀가하느냐, 구치소로 가느냐. 그 운명은 영장전담판사에 달려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으로서는 피 말리는 하루가 시작됐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판사의 심리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했습니다. 전직 국가원수가 영장심사를 받는 것은 처음입니다. 1995년 노태우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구속됐을 때에는 영장심사 제도가 없어 법관 심문 없이 서면심사만 이뤄졌습니다. 이번이 역사적인 영장심사가 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법원으로서도 박 전 대통령 경호 등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정문은 전날 저녁부터 전면 폐쇄됐고, 법원 청사와 그 주변에는 대규모 경찰 병력이 배치됐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삼성동 자택에서 오전 10시9분쯤 승용차로 출발해 서울중앙지법에 10시20분쯤 도착했습니다. 평상시와 같은 올림머리에 감색 자켓 차림입니다. 법원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은 무거운 표정이었습니다. 취재진은 포토라인에서 뭔가 한마디를 하길 원했으나 박 전 대통령은 포토라인을 아예 무시했습니다. 그곳에 멈추지도 않고 아무런 말도 없이 곧장 영장심사가 열리는 321호 법정으로 올라갔습니다.
지난 21일 검찰에 소환됐을 때는 검찰청사 앞 포토라인에 서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고 짧게 말한 바 있습니다. 8초간 29자 메시지였지만 그래도 두 문장은 말했습니다. 물론 국민에 대한 사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말이죠. 하지만 이번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잘못한 것이 없다는 태도입니다. 국민들로서는 황당하고 허탈할 뿐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아마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나 봅니다.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