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법원→검찰청→?… 朴, 긴 하루가 시작됐다

입력 2017-03-30 08:31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1일 검찰 출두에 이어 8일 만에 다시 긴 하루를 맞았다. 30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321허 법정에서 강부영(43) 영장전담판사 심리로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통상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피의자는 수사기관에 출석한 뒤 법원으로 이동하지만, 전직 대통령 신분과 경호 문제 등을 고려해 자택에서 법원으로 곧장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10시 전후로 서울 삼성동 집에서 나와 검찰 출두 때처럼 경호와 교통 통제 속에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 서초동 포토라인에 서게 됐다.

검찰청 포토라인에선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는 단 두 마디를 했다. 법원 포토라인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역시 원론적인 얘기를 짧게 꺼내고 곧바로 법정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영장실질심사는 7시간30분간이나 계속됐다. 박 전 대통령 영장심사에서도 치열한 법리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여 상당히 긴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모두 13건 혐의가 적용돼 있다. 특히 구속 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뇌물수수 혐의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 측의 논리 싸움이 예상된다.

검찰에서는 대면조사를 진행했던 형사8부 한웅재 부장검사와 특수1부 이원석 부장검사가 영장심사에 나갈 예정이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대면조사에 입회했던 유영하 정장현 변호사가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심리가 끝나면 박 전 대통령은 재판부가 지정한 장소에서 결과를 기다리게 된다. 관련법은 교도소나 구치소, 경찰서 유치장을 대기 장소로 규정하고 있지만, 검찰청사 구치감 등도 거론된다. 이 부회장은 첫 번째 영장심사 당시 구치소에서 대기하며 하룻밤을 보냈었다. 박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신분을 감안해 검찰청사에서 대기할 가능성이 크다.

구속 여부는 강부영 판사가 수사 기록과 심사 내용을 검토한 뒤 결정한다. 기록이 12만쪽에 달해 31일 새벽에야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지난달 16일 심사를 받은 이 부회장 영장은 17일 새벽 5시35분에 결정됐다.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집으로 돌아가지만, 발부될 경우 최순실(61·구속기소)씨가 수감돼 있는 서울구치소로 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 “피의자를 서울구치소에 구속하고자 구속영장 발부를 청구한다”고 적시했다. 전례에 비춰 구치소로 이동하는 과정도 청와대 경호 인력이 함께할 가능성이 있다.

교정 당국은 관련 법령과 22년 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수감 당시 처우 등을 토대로 박 전 대통령 수용 문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995년 구속된 두 전직 대통령은 일반재소자 수용 건물과 떨어져 있는 별도 건물에 수감됐다. 다른 수용자들이 접근할 수 없도록 차단막도 설치됐다.

노 전 대통령의 경우 1.9평 규모의 일반 독방보다 큰 3.5평 크기의 방을 사용했다. 독방 옆 1평 남짓의 별도 공간에 세면실 겸 화장실이 설치됐고, 5평 규모의 면회실 및 조사실도 따로 마련됐다. 전 전 대통령 독방 역시 같은 규모의 시설로 마련됐다. 당시 검찰은 구치소 내 별도 수감 공간이 마련된 이후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두 전직 대통령처럼 별도의 특별 거실(居室)에 수감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일반 수용자 접촉을 차단하는 선에서 격리된 독방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1.9평 크기의 일반 독방보다는 넓은 방에 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일반 수용동 내 다인용 방 하나를 개조해 사용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된 30일 오전 '올림머리'를 담당하는 정송주, 정매주 원장이 서울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상 첫 전직 대통령 영장심사를 하는 서울중앙지법은 이른 새벽부터 긴장감이 흘렀다. 오전 6시부터 서울중앙지법 청사 양 옆으로는 경찰버스가 대기 중이다. 약 1900명의 경찰이 법원 인근을 돌아다니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청사 정문은 전날부터 전면 폐쇄된 상태다. 사용이 가능한 동문과 서울회생법원 쪽 출입구에도 경찰들이 배치돼 대기 중이다.

법원 청사와 서울중앙지검 청사 사이 삼거리도 경찰들로 인해 통제됐다. 검찰은 영장심사 후 법원이 대기 장소로 검찰청사를 지정하는 경우를 대비해 청사 본관에 외부인 출입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청사 안쪽은 취재진과 경찰, 법원 직원들로 혼잡스런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법원청사는 하루에도 소송 당사자 및 관계인 등 수 만 명이 오가는 곳이다. 때문에 법원 직원들은 현장 대체 동선 안내, 비표 배부 등 준비로 바삐 움직였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심사를 받을 321호 법정으로 향하는 4번 출입구 주변은 일찌감치 통제돼 자못 삼엄함이 흐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 앞은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영장실질심사를 3시간 가량 남긴 오전 6시 서울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자택 앞에는 수많은 취재진과 지지자들이 모여들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지지자 50여명은 두꺼운 외투와 우비를 입은 채 담요를 덮고 자택 진입로 앞에서 밤을 지새웠다. 오전 6시가 넘자 지지자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있다.

이들은 평소처럼 자택 앞 담벼락에 늘어서서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플래카드를 걸고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었다. 일부 지지자들은 곳곳에서 경찰, 취재진에게 고함을 질렀다. 또 지지자 간에 다툼이 벌이는 등 과격한 행동이 이어졌다. 한 남성은 자택 맞은편 도로에서 무릎을 꿇은 채 침묵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경찰은 지지자들의 돌발 행동 등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240여명 병력을 배치했다. 7시 이후에는 추가 병력을 배치할 예정이다. 경찰은 또 박 전 대통령의 차량이 수월하게 빠져나갈 수 있게 자택 인근 도로에 안전 펜스를 설치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