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가 삼킨 구룡마을… 사진으로 본 처참한 현장

입력 2017-03-29 16:51
29일 오전 8시 51분께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제7B지구에서 화재가 발생,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강남소방서 제공)

서울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에 큰불이 났다. 불은 1시간40분 만에 꺼졌지만 48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판자촌을 잿더미로 만든 불은 29일 오전 8시47분쯤 구룡마을 7지구에서 시작됐다. 소방차 55대가 출동했지만 마을 진입로 등 길이 좁아 접근이 지연됐다. 집에 있는 LP가스통이 잇따라 터지면서 불길은 빠르게 번졌다. 불은 오전 10시32분께 진화됐다.

화재 직후 소방당국이 구룡마을 30여 가구 주민들을 모두 대피시켰다. 이재민 48명은 개포1동 주민센터로 이동해 안정을 취하고 있다. 70대 주민 1명은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강남소방서 제공)

구룡마을 화재는 야외용 가스히터를 손질하다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마을 주민 김모(69)씨를 실화 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이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야외용 가스히터를 손질하던 중 가스가 새어나온 것을 모르고 점화 스위치를 누르자 불이 붙었다"고 진술했다.

구룡마을은 1970~1980년대 각종 공공·건설 사업 과정에서 밀려난 철거민들이 모여 형성된 무허가 판자촌이다. 현재 1100여 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2009년 이후 거의 해마다 화재와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2014년 11월에는 대형 화재로 1명이 숨지고 100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한 고물상에서 시작된 불은 인근 판자집 16채를 태웠다.

구룡마을 7B지구를 뒤덮은 화염. 사진=강남소방서 제공

소방당국은 구룡마을 화재 발생이 빈번하고 한번 화재가 나면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화재경계지구'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구룡마을은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 땅’으로 불린다. 서울시와 강남구는 개발 방식과 수익 배분을 놓고 여전히 갈등 중이다. 그러면서 안전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구룡마을 판잣집을 덮친 화염. 사진=강남소방서 제공

2012년 개발이 발표됐으나 서울시와 강남구의 갈등 탓에 사업이 2년간 표류하다 결국 구역이 실효됐다. 2014년 화재를 계기로 정체돼 있던 개발 논의가 다시 시작됐지만, 거듭되는 소송 속에 난항이 이어졌다.

서울시는 올해 실시계획 인가를 거쳐 2018년 착공해 2020년 말까지 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구룡마을 거주민과 토지주, 관할인 강남구와의 갈등을 가장 먼저 풀어야 한다.

소방대원들이 진화를 마친 뒤 잔불정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소방대원이 진화를 마친 뒤 잔불정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불이 난 마을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해 하는 주민. 뉴시스

소방대원들이 진화를 마친 뒤 화재조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29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화재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강남구 제공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