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시 조타수 였던 고 오영석씨의 양심고백 편지가 2년 4개월 만에 세상에 공개됐다. 승객 구조에 미흡했던 점을 유가족에게 사과한 뒤 세월호 2층 화물칸 일부가 철제로 된 게 아니라 천막으로 돼 있어 빠르게 침몰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변별력 없이 모두에게 같은 처벌을 내린 검찰을 비판하기도 했다.
장헌권 광주기독교연합 대표는 지난 27일 “오씨가 2014년 11월4일 편지를 통해 ‘화물칸 2층 벽 일부가 설계도와 달리 철제가 아닌 천막으로 돼 있었다’는 내용을 알려왔다”며 오씨의 편지를 공개했다.
장 대표는 2014년 10월13일 진신규명을 위해 양심 고백을 해달라는 편지를 세월호 선원 15명에게 보냈다. 오씨를 포함해 2명이 이에 대한 답장을 보냈다. 오씨는 수난구조법 위반으로 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폐암 진단을 받고 가석방됐다가 지난해 4월 숨졌다.
공개된 편지에는 유가족들에 대한 사과와 빠르게 침몰하게 된 원인 등에 대해 상세히 기술돼 있었다. 침몰 원인에 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선체 구조를 그려 넣기도 했다.
오씨는 “배가 기운 것도 기운 거지만 물이 어디로 유입되었는지 상세히 조사할 부분이 있을 것 같아 뒤에 그림을 보낸다”고 쓴 뒤 세월호 1층 D데크, 2층 C데크, 3, 4층 객실, 5층 조타실과 객실로 구성된 세월호 선체의 단면을 그렸다.
2층 데크 부분을 빨간색으로 색칠 한 뒤 “이 부부이 천막으로 돼 있고 어느 정도 기울었을 때 상당한 물이 유입됐을 것으로 본다”고 추정하며 “도면상에 뚫어져 있는 지 모형을 제시 했으니 검찰은 알고 있겠지요. 제가 알고 있는 데까지 기록하였습니다”라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 당시 세월호가 바닷 속에 바라앉아 있었던 상황이어서 오씨의 주장을 확인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대검은 2014년 10월 발표한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수사 설명자료’에 선미에 개구부를 통해 물이 들어왔다고 기록했지만 개구부 위치는 명기하지 않았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도 이 같은 사실을 인지했지만 중간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훈 전 세월호 특조위 조사관은 SBS에 “침수를 급격히 만든 요인 중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생각했다”며 “선체 조사나 이런 것들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사진 분석만 갖고 얘기 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오씨는 또 검찰을 비판하는 내용을 편지에 적었다. “검사 구형에서 온 국민이 간절히 바라고 갈망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친 것을 보고 의식조차 없는 것을 보고도 최선명령 없이 퇴선해 해경에 구조된 선원과 퇴선명령 하에 퇴선한 선원이 해경에 구조돼 해경이 못 깬 유리를 깨고 승객을 구조한 선원의 형량은 극과 극의 차이인데도 똑같이 15년 구형을 받았다”며 “앞으로 어떠한 사고에 승객을 구조하느냐 안 하느냐는 검찰이 말해야 한다. 똑같은 처벌이라고”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