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키로 했다. 검찰은 "변호인에게서 심사에 출석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은 청와대 경호실 측과 박 전 대통령 출석 절차 및 경호 문제 등을 놓고 협의에 들어갔다.
영장심사는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강부영(43·사법연수원 32기) 영장전담 판사가 진행한다. 1997년 영장심사 제도가 도입된 이래 전직 대통령이 심사를 받기는 처음이다.
법조계 안팎에선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법원에 출석해 영장심사를 받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출석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직접 출석해 해명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탄핵심판이나 특검 수사에서 직접 나서지 않고 대리인을 통해 대응해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전구속영장에 “피의자가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을 구속 필요 사유로 넣었다. 특별수사본부가 지난 27일 법원에 접수한 122쪽(별지 포함)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해야 하는 이유가 상세히 기재됐다.
①박 전 대통령의 태도, ②사안의 중대성, ③구속된 공범과의 형평성, ④증거인멸 우려 등을 고려할 때 “구속 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검찰 논리다. 구속영장은 지난 21일 박 전 대통령을 11시간 동안 직접 신문한 한웅재 부장검사 명의로 청구됐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혐의를 시종일관 부인하고 있는 점을 강조했다. “검찰 조사와 그동안의 3차례 대국민 사과 성명,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및 탄핵 결정 이후 삼성동 자택 메시지 등에서 일관되게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고 청구서에 적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증거인멸 가능성도 제기했다. 비록 파면되긴 했지만, 공범 및 관련자 대부분은 박 전 대통령이 공직에 임명했거나 정치적·법률적 이해관계를 함께하는 이들이라 박 전 대통령 측이 진술을 번복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서로 입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을 통해 수사 대응책을 마련한 뒤 관련자들에게 허위 진술을 요구한 부분도 구속영장 청구서에 담겼다. 박 전 대통령이 독일에 도피 중이던 최순실씨와 차명 휴대전화로 수시 통화한 대목도 증거인멸 정황으로 지적됐다. 두 사람은 최씨가 지난해 9월 3일 독일로 출국해 10월 30일 귀국하기 직전까지 모두 127차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난 상태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특수본과 특별검사팀의 수차례 대면조사 요구에 불응하고 탄핵심판에 끝내 불출석한 점 및 변호인들의 헌법과 법률 경시 태도 등도 구속 필요 사유에 포함시켰다. 앞으로의 수사 및 재판 절차에 불응하고 도주할 가능성도 높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피의자는 국격을 실추시키고 대통령과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저버렸음에도 객관적 사실관계까지 부인으로 일관하는 등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고 재차 부각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