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위의 집’ 22년차 여배우 김윤진의 헌신(feat.택연)

입력 2017-03-28 18:57
뉴시스

‘시간위의 집’은 전적으로 김윤진의 연기 내공에 기댄 영화다. 다시 말해 그의 눈물겨운 헌신으로 탄생했다. 경력 22년차의 이 배우는 기꺼이 그 고단함을 감수해냈다. 지독히 외롭고 힘겨웠을 그의 곁에는 옥택연과 조재윤이 있었다.

28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CGV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첫 선을 보인 ‘시간위의 집’은 미스터리와 스릴러, 그리고 공포를 한 데 뭉쳐놓은 듯했다. 오컬트적 요소가 곁들여지면서 독창적인 장르가 만들어졌다. 시종 긴장감을 늦추지 않으면서 사건을 한 겹씩 들춰내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하우스 미스터리 스릴러’를 표방한 영화는 아들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주인공 미희(김윤진)의 절박함에 주목한다. 집안에서 남편이 죽고 아들이 실종된 뒤 살해 혐의를 쓰고 25년간 수감생활을 한 미희가 출소 이후 다시 집으로 돌아와 25년 전의 진실을 파헤쳐가는 과정을 따라간다.

극 중 미희 역을 맡은 김윤진은 사실상 1인2역을 소화했다. 1992년의 ‘젊은 미희’와 2017년의 ‘늙은 미희’를 동시에 표현했다. 전작 ‘국제시장’(2014)에 이어 또 한 번 노역 분장을 해야 했다.

시사회 이후 진행된 간담회에서 김윤진은 “솔직히 ‘국제시장’에서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았기에 이번에는 확실히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며 “감독님을 매일 괴롭히면서 의견을 묻고 많이 연습했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많이 남더라”고 말했다.


김윤진은 흔들림 없는 연기력으로 모든 기술적 아쉬움을 감춰버렸다. 인물의 내면을 표정으로 고스란히 그려냈다. 그게 이 작품에 유난히 클로즈업 신이 많은 이유일지도. ‘시간위의 집’을 지탱하는 모성애라는 감정을 묵직하게 끌어내는 것도 오롯이 그의 공이었다.

‘세븐데이즈’(2007) ‘하모니’(2010) ‘이웃사람’(2012) 등 다양한 작품에서 엄마 역을 경험해본 김윤진은 “다 똑같은 엄마일지라도 캐릭터는 전부 다르다. ‘모성애’라는 단어 하나로 묶이기엔 무리가 있다. ‘시간위의 집’에서는 두 시대의 엄마를 동시에 표현해야 했기에 독특하고 소중했다”고 설명했다.

김윤진은 극 중 25년 전 살해당한 남편 철중 역을 맡은 조재윤, 25년 뒤 미희를 유일하게 믿어주는 최신부 역의 옥택연에게 특히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오늘 영화를 보고 나니 조재윤씨와 옥택연씨에게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다”며 “조재윤씨는 1995년의 미희를, 옥택연씨는 2017년의 미희를 빛내주셨다”고 말했다.

조재윤은 최근 열일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인기리에 종영한 SBS ‘피고인’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데 이어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 ‘프리즌’ 등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요즘 아이돌 스케줄을 방불케 한다. 주변에서 ‘제2의 투피엠’이라는 말씀도 해주시더라”는 농으로 입을 연 그는 “출연작들이 다 잘됐으면 한다. 한국영화의 선전을 위해 외화들이 좀 밀려나고 우리 영화들이 박스오피스 1·2위를 다퉜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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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투피엠(2PM) 멤버이기도 한 옥택연은 가수 활동과 연기를 병행하며 눈 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배우로서도 꽤 호평을 받고 있으나 그는 ‘연기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고개조차 제대로 들지 못하고 송구스러워했다. 옥택연은 “비결이랄 건 없다. 굉장히 민망하다”면서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이번에 영화를 찍으면서는 김윤진 선배님께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겸손해했다.

극 중 사제복을 입고 등장하는 터라 ‘검은 사제들’(2015)의 강동원과 엮여 언급되는 데 대해서도 “비교되는 것만으로 영광”이라며 몸 둘 바를 몰랐다. 그러면서 “멋을 내려고 하기보다 신부로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 고민하면서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조재윤은 “내가 사제복을 입었으면 강동원이 아니라 ‘친절한 금자씨’의 김병옥 선배와 비교되지 않았을까. 옥택연이 부러울 뿐”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흔히 여배우 원톱 영화는 흥행에 유리하지 않다는 선입견이 강하다. 그러나 임대웅 감독은 “흥행 부담보다 이 영화를 선택해준 김윤진의 용기와 헌신에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김윤진씨는 새벽에 와서 평범한 엄마를 연기하다가 점심 때 2~3시간 동안 분장을 하고나서 오후엔 비극에 빠진 엄마를 연기해야 했다. 어떤 배우가 이렇게 헌신적으로 도전할 수 있었을까 싶다”고 얘기했다.

‘시간위의 집’은 김윤진이 ‘국제시장’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국내 복귀작이다. 그는 “더 빨리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리고 싶었지만 그럴 기회가 늦게 와서 아쉽다”며 “하지만 3년 동안 ‘시간위의 집’을 기다려온 것 같다. 개봉하게 된 지금 너무 설레고 기분이 좋다”고 들떠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