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을 이끈 촛불집회가 5개월째를 맞았다. 촛불집회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질서를 보여줬다. 빼놓을 수 없는 장면 중 하나는 집회 후 깨끗이 치워진 거리였다. 자발적으로 청소에 나선 시민들의 모습에 외신은 “최고 지도자가 떨어뜨린 국격을 시민들이 높였다”고 극찬했다.
광화문광장은 토요일에 평균 5톤가량의 쓰레기가 발생했다. 촛불집회가 시작된 이후 적게는 20톤 많게는 120톤이 넘는 쓰레기가 매주 배출되고 있다.
광화문광장과 경복궁 일대를 관할하는 종로구는 깨끗한 광화문광장을 만들기 위해 촛불집회가 시작되면서 시민들에게 쓰레기봉투를 무료로 나눠줬다. 시민 자율청소봉사단도 운영했다.
쓰레기를 치우고 한 곳에 모아놓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깨끗한 거리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집회 후 쓰레기를 수거하고 광장과 도로 구석구석을 청소한 환경미화원들의 역할 덕이었다.
종로구 관계자는 “촛불집회 기간에 환경미화원 분들이 가장 고생을 많이 했다"며 "촛불집회가 끝나야 쓰레기 수거 작업 등이 가능해 매주 자정을 넘겨 다음날 새벽까지 청소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29일 첫 촛불집회부터 지난 25일 21차 집회까지 5개월 동안 매주 광화문 일대를 청소해 온 환경미화원들의 토요일을 되짚어 봤다.
토요일 오후 2시 출근
환경미화원들은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 출근했다. 광화문역 출입구, 시민마당 옆 등에 쓰레기 수거용 마대를 100여개 설치한다. 오후 5시에는 자원봉사자 교육을 하고 5시30분부터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쓰레기봉투 나눠주거나 쓰레기가 모일 법한 장소에 쓰레기봉투를 청색 테이프로 묶어 놓는다.
오후8시~11시
오후 8시. 환경미화원들은 늦은 저녁식사를 한 뒤 바로 촛불집회 현장으로 나간다. 집회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이때부터 주변을 정리하고 흩어진 쓰레기를 봉투에 담는다. 이 작업은 집회가 끝나는 오후 11시까지 반복된다.
오후 11시 집회가 끝나는 시간. 150여명 미화원들은 교통 통제가 해제되면 차량과 보행자 통행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신속한 청소작업에 나선다. 차량을 동원해 광화문, 종로, 청계천로, 새문안로, 삼청로 등지를 다니며 곳곳에 쌓여있는 쓰레기를 싣고 그 자리에는 다시 빈 봉투를 매달아둔다.
새벽 5시~7시
새벽 5시가 되면 미화원들은 출출한 허기를 달래기 위해 해장국을 먹는다. 아침 청소 자원봉사자 30여명과 함께 이면도로의 담배꽁초와 잔여 쓰레기를 줍는다. 이 모든 게 끝나면 오전 11시다. 촛불집회를 한 번 할 때마다 환경미화원들은 21시간 근무를 한 셈이다.
5개월 동안 광화문 촛불집회가 깨끗하고 평화롭게 진행될 수 있었던 데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린 1200여명 환경미화원의 노고와 헌신이 있었다.
한 환경미화원은 “매주 청소하느라 몸은 고되고 힘들었지만 자원봉사자가 나눠준 쓰레기봉투를 들고 다니며 학생들이, 시민들이 스스로 청소하는 모습에서 우리도 더 힘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종로구는 지난 25일 집회까지 청소인력 1257명과 청소차 344대, 자원봉사자 1000여명이 투입됐다고 밝혔다. 또 쓰레기 처리 비용 1억6000만원, 쓰레기봉투 구입비 5100만원, 환경미화원 인건비 1억1000만원 등 총 3억6000만원 예산이 들었다.
종로구는 지난해 12월 촛불집회 기간 동안 환경미화공무원들의 노고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종로 환경미화원과 함께 하는 '직장배달 콘서트'를 개최하기도 했다.
오는 31일 낮 12시에는 종로 행랑채 주차장(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 2길 22)에서 KT희망나눔재단과 함께 환경미화공무원 200여명을 대상으로 ‘밥 한 끼의 나눔’ 사랑해 빨간밥차 행사를 개최한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