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전선 최전방의 ‘1호 여군목’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27일 오전, 경기도 연천의 28사단 GOP대대에 도착한 일행을 맞아준 이는 ‘대한민국 여성 군종목사 1호’ 정은해(여·37) 대위였다. 2015년 7월 부임한 이래 21개월째 중서부전선 최전방 부대에서 복무 중인 정 목사는 밝고 활기차보였다.
그는 임관 당시부터 지금까지 군은 물론 교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여성 군목 1위’라는 타이틀 때문이다. 육·해·공군을 통틀어 260명에 달하는 군목 가운데 3명뿐인 여성 군목의 희소성도 관심을 더했다.
가까이서 본 정 목사는 편안한 옆집 누나 같았다. 지나가는 사병들이 거수경례를 해올 때마다 “그래 안녕” “식사는 했니” “수고했어”라며 맞장구쳐주는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어떤 분들은 최전방에서 복무한다고 안쓰럽게 여기세요. 하지만 아무나 근무하는 곳이 아니여서 보람이 더 큽니다. 밤낮없이 돌아가면서 경계근무를 서는 게 주 임무라 용사들이 힘든 부분이 있거든요. 여성 특유의 세심함으로 돌볼 수 있는 여지가 꽤 있습니다.”
군목의 역할은 통상 예배 등 종교활동과 교육, 상담 등의 선도활동, 대민업무 등이다. 정 목사는 주일에만 연대 및 대대에서 3차례 주일예배를 집례하고 주중에는 수시로 교육과 사병 상담 등의 업무를 챙긴다.
“용사들 중에는 가정사나 진로 문제를 두고 힘들어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얘기를 끝까지 들어주면서 ‘우리 포기하지 말자. 같이 기도하면서 꼭 이겨보자’고 용기를 북돋아줍니다.”
이런 대화와 상담 과정에서 남녀의 특징이 드러난다.
“아무래도 여성이 지닌 감수성, 친근함, 관계지향성 같은 성향이 남성들과 구별되는 것 같아요. 용사들 표정만 보고도 기분이 어떤지 간파할 때가 많거든요.”
현지에서 만난 사병과 간부들도 이런 의견에 공감을 표했다.
정 목사와 부대원들 사이에 유대 관계가 끈끈해진 특별한 계기가 있다. 2015년 8월 20일, 정 목사가 부임한 지 한 달 보름쯤 지났을 때였다. 북한군이 우리 쪽 대북확성기를 향해 포격을 가한 ‘서부전선 포격사건’이 인근에서 발생했다. 최고 비상경계 태세인 ‘진돗개 하나’가 발령된 가운데 정 목사는 며칠 간 생활관인 소초(小哨)들을 순회하며 ‘안전기도회’를 드렸다.
“실제 상황이 진행되는 가운데 기도와 대화를 나누면서 전우애도 다지고 부대생활 적응도 빨리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기도·사랑 담긴 짜장면 응원
이날 부대에는 13년째 ‘짜장면 선교’로 유명한 창성시민교회(장제한 목사) 성도 30여명이 함께 방문했다. 능숙한 손놀림과 분업으로 한 시간 반 만에 점심식사용 짜장면 600명분을 ‘뚝딱’ 만들어낸 이들은 흩어져 있는 소초 10여곳에 배달하는 서비스도 마다하지 않았다.
장 목사는 “불철주야 조국을 지키는 장병들의 노고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싶었다”면서 “짜장면뿐만 아니라 기도와 사랑까지 함께 전해드렸다”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